최근 전남대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유방암이 집단으로 발병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충격을 주고 있다.
"유방암 발병한 간호사들 산재처리도 안돼"
30일 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지부에 따르면 최근 간호사를 중심으로 유방암에 걸린 여직원을 추적조사한 결과 총 12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2명 중 9명이 간호사였으며 그외 보건직 1명, 원무직 2명이 포함됐다.
올해 초 유방암이 발병한 간호사는 병원을 그만뒀으며 재작년 유방암에 걸린 30대 중반의 수술장 간호사는 지난해 결국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대병원 전체 간호사가 총 1124명인 것을 감안할 때 100명 중 한명꼴로 유방암이 발병한 셈이다.
더욱 주목할 것은 이는 전수조사 결과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남대병원 김미화 지부장은 "앞서 병원측에 전수조사를 요구했지만 거듭 거절당하면서 하는 수없이 노조 차원에서 조사한 것"이라면서 "만약 전수조사를 실시한다면 암 발병 여직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병원 측은 암 발병은 유전적 영향 등 다양한 요인이 있는 것으로 이를 근무환경과 연결해서 바라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남대병원 노조 측은 암 발병 이외에도 여성 근로자에 대한 근무환경은 열악하다며 실태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김미화 지부장은 "지난해 말에 이어 이번달에 또 다시 간호사가 유산하는 일이 발생했다"면서 "외국의 경우 10년이상 3교대 근무자가 유방암이 발병한 경우 산재처리를 해주는 등 복지가 잘 돼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는 전남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간호사 등 병원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사의 높은 이직률 이유 있다"
사실 간호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실제로 얼마전 의료연대본부가 11개 종합병원간호사 19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명 중 2명이상(74.5%)가 '병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그 원인으로는 야간노동으로 인한 개인의 삶의 질 저하, 인력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및 노동강도 증가, 환자 및 보호자 민원 증가로 인한 스트레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병원 문화 등을 꼽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업무량과 업무수준에 비해 인원이 부족한가'라는 질문에 81.5%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결원이 발생해도 즉시 충원이 안된다'를 문항에 70.3%가 '그렇다'고 했다.
특히 3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들의 삶은 질은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3교대 근무 간호사들은 '잠을 자기위해 수면제 등 약물이나 알코올 등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문항에 '그렇다'는 응답이 일반직에 비해 3.3배 높았으며 '일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꾸리기 힘들다'는 응답도 3.1배 많았다.
또한 제주의료원은 얼마 전 병원사업장 여성노동자 건강권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한해동안 간호사 8명이 아이를 유산했으며 4명은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다고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제주의료원 노조 측은 "간호사의 자연 유산율이 2009년 15건 중 4건, 2010년 11건 중 4건에 달했다"면서 "이는 전국은 물론 제주도지역 자연유산 발생률인 18~19%정도 높은 수치"라고 전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송경자 간호본부장은 "최근 목소리가 커진 환자들의 민원까지 늘어나면서 간호사들의 스트레스 요인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 "종합병원보다 중소병원급 간호사들의 실태가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호사의 교대근무를 없앨 수는 없고 이를 병원에만 떠 넘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정부가 의사인력에만 신경쓸게 아니라 간호사를 위한 지원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