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의 절반은 자리라는 말이 있다. 유동성이 풍부해 신규환자가 많은 곳은 그만큼 단골환자를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유동성이 개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만일 유동성이 극단적으로 강조된 곳이라면 병의원 경영은 어떻게 될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줄 새로운 실험이 진행된다. 8월 말 고속도로 휴게소에 의원이 문을 연다.
"저수가와 비급여 경쟁에 지쳤다"
고대의대를 졸업(2000년)하고 경찰병원에서 응급의학과를 수련한 유승일 씨는 봉직의 생활을 하며 새로운 구상에 사로잡혔다. 거창한 것도 아니다.
바로 "보험급여의 진료만으로도 수익을 내는 의원을 만들자"는 것.
수도권은 병의원이 밀집을 넘어 과잉상태로 접어든지 오래고 저수가에 매년 오르는 인건비와 임대료도 부담스러웠다.
응급의학과를 전공했지만 봉직의로 있으면서 피부, 미용 등 비급여에 손을 대야하는 상황도 짐스러웠다.
이에 그는 봉직의를 그만두고 내달 말 경부고속도로 안성상휴게소에 15평 규모로 '미니 의원'을 열기로 결정했다.
의원 이름은 '안성맞춤 의원'. 안성의 지역명을 딴 위트있는 이름이다.
유승일 씨는 "휴게소에 의원을 연다는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 조언을 얻을 사람도 없었다"면서 "거의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하는 일이지만 이를 통해 이정표를 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소신 진료를 하면서도 운영에서 흑자가 나려면 초미니, 초저경비를 실현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고속도로 휴게소는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 된다는 것.
그는 "진주의료원 사태에서 보듯 소신 진료만으로는 민간의료기관 운영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면서 "저수가가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신을 버리느니 상권이 떨어진 곳에서 초미니, 초저경비를 실현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원내 조제가 허용될 가능성이 높아 약국을 찾아다녀야 하는 환자 불편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반경 1km내에 약국이 없어 원내 조제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의원에서 직접 약을 주면 환자들이 약을 타러 돌아다니지 않아도 돼 상당한 편의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장의 수익은 어렵더라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답게 미니 응급실도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응급환자를 위해 간호사 1명과 함께 미니 응급실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주로 대상 환자는 휴게소에 들리는 화물차나 트럭 기사, 운전 중 발생한 응급환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운전기사들 중에는 고혈압이나 전립선 질환, 고지혈증, 만성통증 등으로 고통받는 분들이 꽤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의 판단.
고속도로 휴게소 의원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병의원의 생존 경쟁과 박리다매 등 비급여 할인 경쟁에 지친이가 찾은 일종의 '블루오션'인 셈이다.
목마른 이가 우물을 파듯, 병의원의 생존 경쟁에 지친이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실험을 기획했다.
틈새수요가 수익 창출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