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한의사 모두 양-한방 협진의 필요성은 공감하고 있지만 '불신'의 벽이 너무 높아 실현이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협진 대상질환으로 발굴할 필요가 있는 병으로는 암, 뇌혈관질환, 아토피 피부염을 꼽았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권영규 교수팀은 지난해 복지부 용역과제로 '치료의 효과성을 고려한 한양방 협진 대상 질환 발굴 기초연구'를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했고, 그 내용이 최근 공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6월 기준으로 36개 한방병원에서 의과를 설치했고, 71개 종합병원 및 병원급에서 한의과를 설치하고 있었다.
한방병원에서는 가정의학과가 가장 많았고 내과, 영상의학과 순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 및 병원에서는 한방내과, 침구과가 가장 많이 설치돼 있었다.
연구진은 2010년 한방병원협회 내부 자료를 함께 고려했을 때 양-한방 협진을 하고 있는 병원은 총 126개로, 전체 병원의 4.7%에 해당한다고 추측했다.
병원들은 주로 중풍 및 뇌신경, 근골격계 및 척추, 소화기, 종양, 산모, 수술 회복 등의 순으로 협진을 시행하고 있었다.
협진이 안되는 이유 "학술적 근거 부족"
연구진은 부산대 한방병원 한의사 27명과 부산대 양산병원 의사 25명을 대상으로 협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절반 이상이 한-양방 협진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한의사는 필요하다는 입장이 100%였다. 의사도 64%가 협진의 필요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서구의 보완통합의학처럼 상호 협력을 통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답했다.
협진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은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추가적 의료비가 발생하며,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협진이 잘 안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할까.
한의사들은 10명 중 4명이 치료효과가 기대되지만 믿고 의뢰할 만한 진료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라고 제일 먼저 꼽았다. 진료를 의뢰한 이후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한 진료 시스템이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다.
의사들은 절반 이상이 관련된 학술적 근거가 부족해 치료차원에서 도입하기 어렵다는 부정적 답변을 했다.
해결책으로는 의료진간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질환별 임상시험 및 표준진료지침 연구개발 지원을 강조했다.
한의사들은 이상적인 협진유형으로 한방병원에 의과 설치 또는 병원에 한의과를 설치하는 방식을 꼽았다.
이외에도 ▲한방병원과 병원의 전문 진료과목별 전문의 상호 고용 ▲한방병원 내 협진센터 또는 병원 통합의학센터 별도 설치 등의 답변이 나왔다.
의사들은 한방병원 협진센터 또는 병원 통합의학센터 별도 설치를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진은 협진유형별 효과 있는 대상질환 발굴을 위한 조사도 실시했다.
결과를 살펴보면 한양방 협진 대상 질환 발굴 필요가 있는 질환으로는 암, 뇌혈관질환, 아토피 피부염 순으로 나타났다.
임상연구에 적합한 질환은 앞서 나온 세가지 질환 다음으로 비만, 척추관협착증, 두통이 나왔다.
협진을 통해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질환에는 알츠하이머병, 허리디스크(요추추간판탈출증), 다낭성 난소증후군 등이 꼽혔다.
환자들은 양-한방 협진을 희망하는 질환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건선, 허리디스크였다.
"협진 모범병원 발굴, 연구비 지원해야"
연구진은 양-한방 협진을 위한 해결책으로 한방병원은 객관적인 진단 및 치료결과에 대한 근거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양방병원은 한의학, 대체보완의학에 대한 절대적 불신을 상쇄시키고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위한 한의학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정부 차원에서는 의료비 절감이 필요한 질환에 대해 효과/대비분석에 필요한 진료실적 확보를 위한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협진 모범병원을 발굴해 치료효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비를 지원하고 그 사례를 후발 협진병원에 교육자료로 삼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