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유방에 멍울이 만져지고, 통증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유방 초음파검사만 시행, 유방암 확진을 지연시켰다면 병원과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유방암으로 사망한 환자 G씨의 유족들이 H산부인과 E원장과 의사 F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한 소송과 관련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G씨는 2010년 2월 왼쪽 유방에 만져지는 멍울과 통증을 호소하며 H산부인과에 내원해 유방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왼쪽 유방의 상외측 부위에서 2.78cm의 종괴가 발견되자 병원은 염증에 의한 병변으로 판단해 항생제와 소염제를 처방했다.
하지만 G씨는 유방 통증이 줄었지만 멍울이 그대로 만져지자 다시 병원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치료 없이 항생제와 소염제만 처방 받았다.
G씨는 약 8개월 후에도 유방의 멍울이 만져지는 증상과 통증이 계속되자 H산부인과에 다시 내원해 2차 유방 초음파검사를 받은 결과 2.88cm, 1.48cm의 석회화 소견이 있는 종괴 두개가 관찰됐다.
그러자 H산부인과는 환자에게 상급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했고, I병원은 유방 촬영술과 유방 초음파검사, 조직검사 결과를 토대로 침윤성 유방암으로 확진했다.
또 환자의 유방암은 이미 뼈, 폐 및 액와 림프절에 전이된 상태였고, 뒤늦게 유방 및 액와 림프절 절제술, 항암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H산부인과 의료진은 환자의 유방 종괴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초음파 촬영과 함께 유방 촬영술을 하는 등 충분한 검사를 했어야 함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아 진단과 치료 적기를 놓친 과실이 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서울고법도 H산부인과와 의료진의 과실을 20% 인정, 5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결론 내렸다.
법원은 "H산부인과 의료진은 환자에게 추가적인 영상의학적 검사를 시행하거나 적어도 발견된 종괴가 악성종양일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단기간에 추적검사를 받게 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원은 "암의 진단에 있어 9개월이라는 기간은 단기라고 할 수 없고, 그 기간 동안의 치료는 발견 당시 몇 기인가와 무관하게 실제 생존 가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환자의 사망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