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제 폐지가 최대 이슈인 것 같지만 사실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전공의 80시간 근무제다."
얼마 전 만난 모 대학병원 교육수련이사의 말이다.
그는 당장 내년부터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제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전공의 정원에 영향을 미칠텐데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한 대학병원 고위 관계자는 전공의 인력을 대체할 보조인력 채용에 필요한 예산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만이 대안이라고 했다.
최근 상당수 대학병원이 환자 감소로 경영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공의 대체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는 얘기다.
물론 그동안 전공의를 값싼 임금으로 부려먹었으니 이제부터라도 달라져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지만, 수십년간 지속해오던 것을 한번에 바꾸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방의 모 대학병원 교수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TF의 행보를 보면 작년 이 맘 때 병원계를 혼란에 빠뜨렸던 응당법이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응급실 비상진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문의 응급실 당직법' 이른바 응당법을 실시했지만 더 큰 혼란만 가중시켰다.
결국 응당법은 수정에 수정을 거치면서 누더기 법으로 전락했고 1년이 지난 지금 응급실은 과거로 돌아갔다.
제도의 취지는 좋았지만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또 방법에서 더 큰 혼란만 야기하고 마무리된 셈이다.
응당법을 겪은 의료진들은 전공의 수련제도 개편이 현실에서 정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제2의 응당법이 되지 않으려면 보다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