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뇌사자 간 배분 기준은 이식 대기자의 응급도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기준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대병원 외과 간이식팀(서경석, 이광웅, 이남준 교수)은 대한의학회지 최신호를 통해 뇌사자의 간을 보다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배분하려면 현재 적용하는 뇌사자 간 배분 기준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에선 CTP(Child-Turcotte-Pugh)점수를 이용해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CTP점수란 이식 대기자의 간성 뇌증, 복수, 각종 간 기능 혈액 검사 수치를 크게 세 등급으로 나눈 뒤 합산한 값으로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들은 CTP점수와 임상 상황을 종합해 크게 응급도를 4단계로 결정한다.
응급도 1단계는 일주일 이내에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사망이 예상되는 초응급 상황이다. 응급도 2단계에선 1단계 보다 덜 위중한 상태로 뇌사 기증자의 간은 응급도 순으로 배분된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간이식 대기자의 위급한 정도를 나누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서경석 교수팀의 지적이다.
CTP 점수의 요소 중 복수(Ascites)와 간성뇌증(encephalopathy)에 대한 평가는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것.
게다가 한 등급에 포함되는 대기자의 범위가 넓어 환자의 위급한 정도를 세분화하기 어려워 동일 등급 내에서는 등록대기시간, 뇌사자 발굴기관 인센티브 등 비의학적인 요소들에 의해 배분 순서가 정해진다.
미국의 경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년 전부터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 점수로 뇌사자의 간을 배분하고 있다.
MELD 점수란 간의 기능을 나타내는 혈청크레아티닌과 혈액응고시간, 빌리루빈 수치를 수학적으로 계산해 만든 것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간 기능이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객관적인 혈액 검사 수치만 반영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주관적 판단 없이 이식 대기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나눌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간이식 팀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서울대병원에 등록된 간이식 대기자 788명을 대상으로 CTP와 MELD 점수를 기준으로 중증도를 나누고 이식대기 등록 후 6개월 생존율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MELD가 CTP보다 대기자의 생존율을 좀 더 명확히 구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응급도 1단계 대기자라도 MELD가 24점 미만이면 3개월 생존율이 93%인 반면, 31점 이상이면 35%로 나타난 것.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일주일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응급도 1단계 상태에서 MELD가 24점 미만 대기자의 3개월 생존율이 93%라는 것은 현재 시스템에서는 뇌사자의 간이 위중도가 낮은 사람들에게 우선 배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또한 응급도 2단계 대기자라도 MELD가 31점 이상이면 3개월 생존율은 48.2%로, 응급도1의 3개월 생존율 70.2%보다 훨씬 낮았다.
즉, 현재 시스템에서는 간이식이 시급히 필요한 사람들을 뇌사자의 간 배분 과정에서 소외시켰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이광웅 교수는 "한정된 뇌사자의 소중한 간을 합리적으로 나누기 위해서는 위급한 대기자가 우선적으로 이식받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CTP점수에 따른 분류는 한계가 있으므로 MELD 점수에 의한 분류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MELD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간 대기자 등록시스템을 새롭게 바꿔야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이식센터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MELD점수가 낮은 경우라도 뇌사자의 간 배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