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과연 의사들에게 공익적 전문직업인으로서의 권한과 위상을 부여한 적이 있는지 회의적이다."
의료윤리연구회(회장 홍성수)와 한국의 의사상 설정 연구팀(고대의대 안덕선 교수)이 지난 7일 고대의대에서 개최한 창립 3주년 기념 공동 심포지엄에서 이화의학전문대학원 권복규 교수는 의사들에게 요구하는
전문직업성의 이상과 현실에 괴리감이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권 교수는 "한국의 의사상에서 전문직업성은 인간의 생명을 위해 헌신하는 공익적 전문직업인으로서 개인과 사회의 안녕을 추구하며, 직무윤리와 전문적이고 자율적인 규제를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진료규범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타 국가와 다르게 병의원의 97%가 민간에서 설립한 기관"이라며 "의사들이 공익적 전문직업인이지만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종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생존을 최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의사들이 공익적 전문직업인으로서 사익만을 추구하는 행위가 안 된다고 한다면 그에 합당한 보상과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하지만 모든 것이 의사들에게 온전히 맡겨져 왔다는 게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권 교수는 의사들로 하여금 전문직업인에 걸 맞는 위상을 가져야한다고 하지만 이 또한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직업인은 가방끈이 길거나 어려운 시험을 패스한 사람으로만 여길 뿐 직업 자체가 갖는 전문성에 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의사들에게 전문직업인으로서 직종 주도의 엄격한 자율 규제를 주문하지만 이 역시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한국의 국가 이념 자체가 규제는 정부나 공무원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집단도 자율 규제를 해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아청법 등 의사들을 옭죄는 법이 자꾸 만들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해당 집단에 자율 규제를 주문하기보다는 담당 부서나 공무원의 책임을 묻기 때문에 국회의원 또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법을 자꾸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복규 교수는 "현행 보험제도 아래에서 생존해야 하는 의사들이 과연 공익적 전문직업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지, 또 한국 사회에서 갖는 전문직업성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