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학병원에 근무중인 전공의가 자살하는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면서 의료계가 침통해 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 노환규 회장이 과도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 원인인 것처럼 몰아가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대전시 중구 한 아파트에서 모 대학병원 레지던트인 박 모(28)씨가 현관 난간 위에 떨어져 숨진 것을 발견했다.
그러자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8일 황인방 대전시의사회장 등과 함께 긴급히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족들을 위로했다.
현재까지 박 씨의 사망 원인은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의협 노환규 회장은 박 씨가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사망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노환규 회장은 조문 후 "고인은 평소 밝은 성격이었고, 특별한 자살의 조짐이나 징후가 없을뿐더러 우울증도 없었다"는 유족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어 노 회장은 "최근 동료 여 전공의가 출산 휴가를 가면서 인력 공백 문제가 있었고, 상위 연차 슈퍼바이저가 없이 근무함에 따라 업무를 힘들어 했다"는 동료들의 진술을 전했다.
특히 노 회장은 "정확한 사인은 경찰 조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과다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외에는 이렇다 할 다른 이유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겠는가. 또 다시 이 땅에 고인과 같이 희망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의사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젊은 의사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미래를 바꿔 달라는 부탁을 장례식장에서 많이 들었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의료의 미래인 젊은 의사에게 일어난 비극이란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전공의특별법을 더욱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회장은 이날 조문에서 고인의 홀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고, 박 씨가 군 복무를 마치고 결혼해 자식까지 둔 상황에서 과로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살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노 회장은 몇 달 전 페이스북에 모대학병원의 로봇수술 사망률이 80%에 달한다는 글을 게재했다가 엄청난 파문을 불러온 바 있다.
노 회장과 달리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박 씨의 사망에 대해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대전협 관계자들도 최근 박 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상태다.
대전협 관계자는 "아무리 업무가 힘들어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싶다"면서 "병원, 의국에서 모두 개연성 있는 사건이 전혀 없어 모두가 의아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지던트 1년차로서 업무적 스트레스도 있었겠고,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못 박았다.
그는 "유가족들은 이 문제가 이슈화되고 언론에 공개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가지고 있다"면서 "수련환경에 대해 이슈화 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 있지만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고인에 대한 명예와 유가족들의 의견"이라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