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학회 능력자= 제약 부스 잘 유치하는 의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근에는 모 학회 관계자로부터 임원당 제약사 3곳 정도를 할당 배정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왜죠?"
돌아올 답변을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그래도 물었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춘계 및 추계 학술대회서 제약사 부스를 잘 끌어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했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학회 운영이 어렵다"는 하소연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어진 자조섞인 농담.
"임무 수행(?)을 잘 못하면 임기 후 물갈이가 됩니다."
씁쓸했다.
제약사 입장도 이해한다.
먼저 쌍벌제 시대에 '의료계 지원'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제도를 시행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4월 단행된 처방약 대규모 약가인하는 이들의 후원 의지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당한 학회 활동도 지원하지 못하는 현 상황은 도무지 납득이 안 간다.
"세상은 의료인과 제약사와의 관계를 '리베이트'라는 한 단어로 정의 내리고 있다. 어처구니 없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의학 발전도 없다. 오히려 후퇴다. 오죽하면 학회 임원들이 제약사 부스를 끌어오겠느냐. 이대로는 더 이상 안된다."
12일 만난 어느 중견 의사의 울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