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 금품을 수수한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놓고 복지부와 의협이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감사원이 이 문제를 푸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왜 300만원 미만 수수자까지 면허정지처분을 내리라고 복지부에 요구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감사원의 2012년 10월 감사결과 자료를 입수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모 지방검찰청은 2011년 6월 모 제약사가 2009년 1월부터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직후인 2010년 12월까지 의사 458명, 약사 1925명에게 38억원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
또 모 의약품 도매상이 2009년 4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의사 17명, 약사 7명에게 12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하고 수사 결과를 복지부에 통보했다.
당시 검찰은 관련 공소장과 의사·약사별 리베이트 수수내역이 기재된 범죄 일람표를 첨부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리베이트를 수수한 의사, 약사 2407명 중 300만원 이상 수수한 것으로 기재된 390명(의사 319명, 약사 71명)만 면허정지처분하고, 나머지
2017명은 '주의' 처분만 내렸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해 행정처분을 면제해 줄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기 때문에 리베이트 수수 사실이 인정되면 면허정지처분을 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달리 복지부가 300만원 이상 수수자에 대해서만 면허정지처분을 한 근거는 두가지였다.
하나는 제약사로부터 4회에 걸쳐 29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의사에 대한 면허정지처분이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한다는 2005년 3월 대법원 판례다.
또 하나는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고발지침이다.
지침에 따르면 직무와 관련해 금품, 향응을 수수하고 위법 부당한 처분을 한 경우 중 금품수수가 수동적인 경우는 300만원 이상, 능동적인 경우는 100만원 이상이면 고발 대상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300만원 미만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 면제 결정의 근거로 인용한 대법원 판례에서는 면허정지 행정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는지 여부를 리베이트 수수 금액을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의사가 단독으로 290만원 상당의 접대를 받은 사실이 없고, 접대를 받은 이후에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특정 약품명을 기재하지 않고 성분명만 기재해 온 점을 고려해 면허정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감사원은 복지부가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 고발지침을 3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 면제 근거로 삼은 것 역시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특히 감사원은 복지부가 2009년 1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경찰청 등으로부터 300만원 미만의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통보받은 의사 18명에 대해 면허정지 2개월 처분을 했거나 처분이 진행중(12명) 이라고 환기시켰다.
감사원은 "복지부는 모 검찰청에서 통보한 2407명에 대해서는 법원 판례상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공무원에 대한 형사고발기준을 임의적용해 300만원 미만 수수자 2017명에 대해 행정처분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사원은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한 행정처분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상실했을 뿐만 아니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을 통해 리베이트 제공자는 물론 의사 및 약사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가해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려는 정책 방향에 스스로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복지부는 300만원 미만 리베이트 수수자에 대해 행정절차법에 따라 의견을 제출하게 하고, 필요시 추가 조사를 해 리베이트 수수 사실이 인정되면 행정처분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