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경기 불황과 환자 감소로 인해 승승장구하던 대형병원들이 핵심 추진사업조차 잇따라 보류하며 긴축재정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특히 이러한 사업들은 병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년간 연구 용역을 거치며 추진했다는 점에서 내부 구성원들의 아쉬움도 커져가고 있다.
A대학병원은 최근 꿈의 암 치료기 도입 사업을 사실상 무기한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A대병원 관계자는 6일 "암병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양성자나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검토했지만 여의치 않다"면서 "상황을 더 봐야 알겠지만 사실상 보류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A대병원은 꿈의 암 치료기 도입을 위해 관련 TF팀을 꾸리고 타당성 등 연구용역을 진행하며 사실상 도입 확정 단계에 있었다.
이로 인해 해당 보직자 등은 기기를 도입한 일부 국가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벤치마킹을 진행하고 양성자치료기와 중입자치료기의 장단점을 분석하며 선택을 앞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병원의 경영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면서 야심차게 준비했던 꿈의 암치료기 도입 사업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A대병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B대병원도 최종 결재 단계까지 진행된 사업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대병원은 병원의 캐쉬 카우를 확보하기 위해 건강검진센터를 대폭 확장하기로 결정하고 수년전부터 예산을 확보해 왔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CT와 MRI등에 대한 구매 계획을 확정하는 등 사업 시행 막바지 단계까지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사업은 전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미래의 자금 통로를 확보하는 것보다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이처럼 대형병원조차 핵심 사업이 잇따라 좌초되면서 병원 내부에서는 아쉬움을 표출하고 있다. 몇년간 기다렸던 사업이 보류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목소리다.
B대병원 관계자는 "위기라는 사실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법은 과감한 투자 밖에 없다"며 "모두가 어렵다고 움츠러들기만 해서는 언제 치고 나갈 수가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병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아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