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시간이 다가와서 물었다.
"주변에 가볼만한 맛집 있나요?"
"잘 모르겠네요. 일년의 절반 이상을 병원에 있는데 정작 주변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이런 걸 보면 의사들은 참 즐기면서 살지 못하는 것 같네요"
취재 중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나눈 대화 일부다.
이런 니즈(needs)를 파악한 걸까. 베링거인겔하임이 제작한 '전국 맛집' 책자가 의사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책에는 베링거 영업사원들이 직접 방문한 맛집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간단한 맛집 소개는 물론 가격, 전화번호, 근무시간 등도 수록돼 있다. 심지어 주차 가능 여부도 알려준다.
회사 관계자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추천한 맛집은 믿을 수 있다는 얘기처럼 전국의 숨은 맛집이 소개돼 있다. 바쁜 의사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서 제작을 하게 됐다. 현장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이런 베링거의 마케팅은 주변 제약사 영업사원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다국적 A사 영업사원은 "요즘처럼 산업 자체가 정체된 시기에 회사 차원에서 의사들과 대화할 수 있는 '꺼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 데이터 등이 항상 나오지 않기 때문에 베링거처럼 맛집 책자라는 '꺼리'가 있으면 의사와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나가기 쉽다"고 덧붙였다.
국내 B사 영업사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영업사원은 병의원 방문시 작은 임팩트를 남기고 싶어한다. 특히 국내사는 제네릭을 다루기 때문에 인상에 남는 무언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의미에서 베링거 맛집 책자는 영업사원 입장에서 부럽다. 그야말로 기발한 아이디어다. 회사 차원에서 이런 마케팅 요소를 던져주면 영업하기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