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대 약 200곳에 달하는
중고 의료기기 판매상들이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해 3월 '중고 의료기기 검사필증제'(이하 검사필증제) 시행 후 고가의 검사수수료로 장비 가격이 상승해 병의원과의 거래 자체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이곳 한 판매업자는 "중고 내시경의 경우 올해 한 대도 판매하지 못했다"며 "장비 가격보다 검사비용이 더 비싼 중고 내시경을 병의원에서 사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검사수수료는 최근 식약처 국감에서도 지적된 사안이다.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은 "A업체 중고 내시경 금액은 350만원인데 반해 품질검사비용이 이보다 비싼 374만원"이라며 검사필증제 부작용을 꼬집은 것.
그동안 판매업자들과 병의원은 중고 의료기기 검사 주체를 의료기기 제조ㆍ수입업자로 제한해 해당 업체가 독점적으로 수수료를 책정하면서 고가 수수료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다행히 식약처는 의료기기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 14개 시험검사기관에서도 검사필증을 발행토록 해 자율경쟁을 통한 검사수수료 인하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는 시험검사기관 확대가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지 의문이다.
시험검사기관에서 검사항목을 어디까지 설정해 검사필증을 발급해줄지 의문이고, 더욱이 검사필증 발행에 대한 품질책임 범위 또한 모호하다는 것이다.
사실 제조ㆍ수입업자들은 중고 의료기기 검사수수료가 고가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검사필증 발급 후 모든 품질책임을 져야하는 제조ㆍ수입업자들은 이전 사용자의 장비관리 상태나 장비 사용이력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간단한 품질검사만으로 검사필증을 발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검사항목을 다양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검사수수료의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구조다.
업계는 시험검사기관 확대라는 '미봉책' 보다는 근본적인 검사필증제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검사수수료를 내리고 검사필증 발급기관의 책임을 경감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중 하나로 검사필증 발행에 대한 범위를 '성능'으로 한정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식약처 산하 단체를 지정해 이력 및 유통관리를 병행하는 방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불어 영업배상보험 또는 제조물책임법(PL법) 형식을 적용하는 피해보상 기준을 마련해 검사필증 발행기관의 책임 소재와 범위,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중고 의료기기 검사필증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