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원격진료 입법예고를 계기로 대정부 투쟁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로 전면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은 30일 보건복지부에서 가진 이영찬 차관과 간담회에서 원격진료 허용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복지부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찬 차관은 "일차의료 활성화 방안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원격진료도 일차의료 활성화 취지에서 마련했다"며 우회적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노환규 회장은 "복지부의 고충은 알지만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 결과는 안타깝다"면서 "의료계가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고 수용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간담회 후 노 회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정부 투쟁 입장을 천명했다.
노환규 회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복지부와 시각차가 크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면서 "복지부는 원격진료에 대한 기우라고 했고, 의협은 역기능을 간과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 회장은 "일차의료살리기협의체를 통해 원격진료를 논의할 수 있으나, 지속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며 의-정 논의 중단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번주 토요일(11월 2일) 긴급 시도의사회장 회의를 갖기로 했다"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의협회장직을 상근부회장에 위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노 회장은 이어 “원격진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왜곡된 건강보험 개혁을 강력히 주문하겠다"면서 "논의를 해봐야 알겠지만
전면 투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파업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복지부가 5를 얻기 위해 10을 던졌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원격진료는 흥정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입법예고 이전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했다면 협상할 여지가 있다. 어제 말한 울고 싶은데 뺨 때렸다는 표현은 집행부가 아닌 회원들(의사)의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노 회장은 "복지부는 국민 신뢰를 잃는다며 파업 등 투쟁 자제를 요구했다"면서 "저는 오죽하면 파업까지 고려하겠느냐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노환규 회장은 "원격진료는 진료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으로 의료계 대혼란이 발생할 것"이라며 "대면진료를 기반으로 한
동네의원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정부 투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담회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다"며 "의료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협의체를 통해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의협 측은 노환규 회장을 비롯해 임수흠 부회장, 송형곤 상근부회장, 이용진 기획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복지부는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과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과장, 최경일 보건의료정보화팀장 등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