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환자에게 진료비를 임의비급여했음에도 불구하고 4배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보건복지부가 정형외과의원을 운영중인 A원장에 대해 4배의 과징금처분을 한 것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보건복지부는 2008년 A원장이 건강보험공단과 환자에게 요양급여비용 2700여만원을 부당청구했다며 업무정지 40일 처분에 갈음한 1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관절염 환자에게 물리치료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치료를 한 것처럼 속여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0여만원을 지급받고, 관절경 내 주사를 투여한 경우 주사제 비용은 환자에게 받되 주사 실비비용의 30%만 환자에게 청구해야 함에도 전액을 받은 것이다.
A원장은 이같은 부당청구를 인정했다.
다만 A원장은 주사비용을 환자에게 부담한 것은 본인부담금 과다청구(임의비급여)가 아니라고 맞섰다.
당시 요양급여기준 상 관절염 환자에 대해서는 물리치료와 관절강 내 주사 중 하나만 요양급여가 인정됨에 따라 두가지를 모두 실시했다면 물리치료비만 공단에 청구해야 한다.
하지만 물리치료비는 공단에 청구하고, 주사비용은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해 왔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고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선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이 여의도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사건에 대해 병원이 건강보험의 틀 밖에서 임의 비급여했다고 하더라도 불가피성, 의학적 필요성,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받았다면 환자에게 부당청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것을 인용한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원심 파기 심리에서도 A원장이 주사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한 것은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고법은 "관절염 환자에게 물리치료와 관절강 내 주사 모두를 실시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이 있었고, 환자에게 이를 충분히 설명한 다음 동의를 받았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지부가 부당청구액의 4배에 해당하는 과징금 처분을 한 것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이같은 요양급여기준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해 2008년 10월 물리치료와 관절강 내 주사 모두를 실시했다면 주된 치료에 대해서는 요양급여 대상으로 하고, 나머지 치료비는 환자가 전액 부담하도록 고시를 개정했다.
서울고법은 "A원장의 월 평균 부당금액은 450만원으로, 320만원 이상 1400만원 이하 범위의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업무정지 기간의 최고한도인 40일을 명하고, 이를 전제로 4배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과도하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관절염 환자에게 물리치료와 관절강 내 주사 모두를 실시해야 할 의학적 필요성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런 주사비용을 환자로부터 받을 수 없다면 의료기관에 부당한 부담을 지우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복지부가 A원장을 처분할 당시 고시 개정이 논의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행정처분 규정상 최고한도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과도해 위법하다"며 처분을 취소하라고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