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계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과 관련된 논쟁이 뜨겁고, 아청법의 불합리한 규정 때문에 관련 규정 개정에 대한 입법청원의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을 19세 미만의 자로 정의하고(다만, 19세에 도달하는 연도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한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에 대하여 엄벌을 처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아청법 제2조 제2호는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전형적인 성범죄(강간, 강제추행)뿐만 아니라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ㆍ성폭력 등의 학대행위로 아동복지법 제17조를 위반할 경우에도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에 포함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ㆍ성폭력 등의 학대행위 중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은 구체적인 예가 아닌 추상적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경우가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에 해당되는지 애매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성폭력은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또한, 강제추행에서 추행의 의미도 추상적인 규정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추행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는 바,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히 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1도2417 판결 등 참조).
판례가 추행과 성적 수치심에 대한 일응의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추상적인 것은 마찬가지이다.
의사들은 업무특성 상 진료시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의 민감한 부분에 대한 접촉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는 성적 수치심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의사들은 성범죄로 처벌(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경우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로 처벌)되어야 하는 것인가?
앞에서 소개한 판례에 따라 실무에서는 여러 가지 정황이나 구체적인 행위 태양 등을 심리하여 해당 성범죄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만, 성범죄의 특성 상 피해자의 진술이 유, 무죄 판단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다면, 경우에 따라 실체 진실과 다른 결과가 생길 수도 있다.
설사 무죄판결이 난다고 하더라도 생업을 뒤로 한 채 수사기관에서의 조사 및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불이익이 돌아가고, 이러한 불이익에 대한 보상은 사실 상 받을 수 없다(구속된 경우 형사보상절차 등이 있지만 강제추행 정도로는 구속되지 않기 때문에 논외로 한다).
한편,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또는 성인대상 성범죄로 형사 처벌되는 경우 아청법 제56조에 따라 10년 동안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는 제재를 받게 되는데,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중에는 의료기관이 포함되어 있다.
주의할 것은, 성인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아청법 제56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아청법 제56조는 아동·청소년과 관련이 있는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어, 도대체 어떤 진료과목의 의료기관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어, 소아청소년과의원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이나, 이비인후과의원을 운영하거나 취업할 수 없는지 분명하지 않다. 이비인후과 의원에도 얼마든지 아동·청소년이 내원하여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 사견으로는 운영 또는 취업할 수 없는 의료기관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상과 같이, 의료인과 관련한 아청법 규정을 살펴보았다.
최근 의료인의 성범죄에 대한 언론보도가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 유독 의료인뿐만 아니라 다른 직역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에 특별할 것은 없다.
그러나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의사가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그 제재는 너무나 가혹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의사들은 환자의 촉진을 하지 말아야 하는가?
환자 촉진 시 신체접촉이 있을 수 있음을 반드시 설명하여야 하고, 환자들에게 오해를 일으킬 언동은 피해야 한다.
또한, 필자 개인적 소견으로는, 진료실에 CCTV를 설치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본다.
CCTV 설치를 무단으로 하면 환자 개인의 초상권, 개인정보 침해 등의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CCTV 운영 시 설치목적, 장소, 촬영 범위, 담당자 등을 안내하고, 운영방침을 수립하여 안내한다면 위와 같은 법적 문제 소지를 피할 수 있다(개인정보보호 종합지원 포탈 www.privacy.go.kr. 참조).
또한, CCTV 설치된 경우 환자 내원 시 개인정보 동의뿐만 아니라 CCTV 촬영에 대한 동의를 받으면 좋을 것이다.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에게도 개인정보 동의서를 받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