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간 원격진료를 허용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의정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복지부는 동네의원에 한해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와 정신질환 재진 환자를 원격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도서, 벽지 주민이나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환자들은 초진 원격의료도 받을 수 있다. 수술 퇴원후 관리가 필요한 재택환자나 군, 교도소 등 특수지 환자는 의원 뿐만 아니라 병원과도 원격진료를 할 수 있다.
의협을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복지부가 지난달 29일 이같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표하자 마자 일차의료가 붕괴될 것이라며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나섰다.
복지부의 이번 원격진료 허용방침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현재 정부부처와 지자체, 민간 등 30개 기관에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하고 있고, 이중에는 의사와 만성질환자간 타당성도 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런 시범사업에서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공개하거나 검증하지도 않은 채 무언가에 쫒기듯 원격진료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원격진료를 허용하려면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진단과 처방으로 인해 오진이 발생할 경우 정부가 모두 책임지겠다고 먼저 약속해야 한다.
또한 복지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 추진방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부는 말로만 의정 협의를 강화할 게 아니라 이런 중대한 사업에서부터 의료전문가들과 협의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의료계를 설득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한두번 만난 것을 마치 의정 협의를 한 것처럼 눈가리고 아웅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이같은 정책기조는 복지부가 여전히 의사들을 통제의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