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와 전국 16개 시도의사회장들이 의료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대정부 전면투쟁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의협은 "정부의 잘못된 건강보험정책으로 인해 의료기관이 붕괴에 직면하고 의료 경쟁력이 급속히 쇠퇴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채 원격의료와 의료영리화를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의료계는 이번 대정부 투쟁이 단지 원격의료를 저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못된 의료제도를 전면 개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건강보험제도, 수가 결정구조로 인한 의료왜곡, 리베이트 쌍벌제, 아동및청소년성보호법, 의약분업 등을 개혁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의협은 의료계 뿐만 아니라 치협, 한의협, 약사회, 병협, 시민사회단체와도 연대하겠다는 구상이다.
의협이 시민사회단체와 대화채널을 만들고, 이들을 설득해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는 높이 살 만하다. 역대 의협 집행부를 보면 시민사회단체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면했고, 결과적으로 여론의 외면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현 의협 집행부의 노력은 성공 여부를 떠나 매우 의미있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만 보더라도 의료소비자단체와 정기적인 교류를 하면서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최근 한국소비자연맹 등 10개 소비자단체 사무총장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공단의 주요 현안을 공유하고, 소비자의 관심사항에 대해 상호 의견을 나누고, 의료 소비자인 국민의 알권리 충족과 권익보호를 위해 공단과 소비자단체가 공동 노력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심평원도 5개 의료소비자단체와 공동 워크숍을 열어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의협도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의사라는 직업은 결코 환자와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지만 그간 얼마나 환자 중심 의료를 펴기 위해 노력했는지 의료계 스스로 반성하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또 이들 시민단체, 소비자단체가 저수가로 인한 의료왜곡, 잘못된 의료 관련 제도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설득해 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시민, 소비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대정부 투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