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병원에 한방과를 의무적으로 개설하도록 하는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료계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고있다.
양한방 협진에 대한 학문적인 정당성이나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상황에서 법제화를 추진한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게 의료계 반응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서울의료원 등 시립병원에 한방진료 과목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개정안' 및
'서울시립병원 설립 및 운영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서울시의회
전철수 의원(민주당·동대문)이 대표 발의로 진행된 것으로 앞서 한의계가 시립 한방병원 설립과 함께 시립병원에 한방과 신설을 거듭 요구해 온 것이 상당부분 반영됐다.
전 의원은 "인구고령화와 만성 퇴행성 질환의 증가로 한방의료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증가해 조례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조례안에 따르면 서울의료원과 시립병원 12개소 중 정신질환과 구강치료 전문병원 6곳을 제외한 나머지 시립병원에 한방진료과목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서울의료원을 비롯한 보라매병원, 동부병원, 서남병원, 어린이병원, 서북병원 등 6개 시립병원에 한방과가 신설될 전망이다.
한의계는 한의사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의료계는 "정치적인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
한방특위 유용상 위원장은 "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등 정책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과학적인 사실이나 학문적인 정당성에 근거해야 하는데
특정 이익집단의 로비 등 정치적 기류에 따라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박원순 시장의 과학적 상식에 대해 실망감이 크다"면서 "결국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시립병원들이 독자적으로 도입한 게 아닌 만큼 내부에서 의사와 한의사간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양한방협진 활성화를 내세우며 한방과를 신설했던 병원들만 봐도 수익에는 큰 변화없이 협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A시립병원 한 관계자는 "몇년 전부터 한의과를 신설해 운영 중인 병원만 봐도 이미 답은 나와 있다"면서 우려를 드러냈다.
현재 시립병원 중 유일하게 한방과를 신설, 운영 중인
북부병원 관계자도 "현재 적자만 겨우 면하고 있다"면서 한방과 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침, 뜸 치료는 한의원에서도 얼마든지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시립병원이라도 의원급에 비해 진료비가 비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게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
북부병원 관계자는 "첩약도 병원에 탕재실 등 시설을 갖추지 않고 있는 병원이라면 외부에 맡기는 등 부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적자만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