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우려스럽다. 소아 폐구균 백신 국가예방접종사업(NIP)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서다.
일단 지난 13일 하나의 고민이 해결됐다. 질병관리본부가 하나냐 둘이냐는 백신 선정에서 '프리베나13'과 '신플로릭스' 모두를 택한 것이다.
현재 소아 폐구균 백신 시장점유율은 '프리베나13'이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지만 '신플로릭스'도 수요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급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교차접종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도 이런 결정에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어렵고 어려웠던 백신 선정 작업이 끝났다. 하지만 어찌보면 고민은 지금부터다.
공급량, 공급가, 접종비, 지자체 예산 등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숙제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공급가 책정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결과에 따라 제약이나 의사 사회에 미칠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소아 폐구균 백신 접종가는 대략 13만~15만원선이다.
여기서 백신 공급가는 7만원 안팎이며, 의사들은 세금 등을 고려해 공급가에 7만원 가량을 접종비로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책정된 예산 1200억원(국비 568억원, 지방비 612억원)에서 이런 공급가와 접종비는 기대하기 힘들다. 아니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년 탄생하는 신생아수(약 43만명)와 4회 접종인 폐구균 백신, 그리고 국가 예산 등을 고려하면 현재의 공급가와 접종비는 절반 가까이 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정부의 공급가 후려치기다.
공급가만 확 낮출 수 있다면 고가의 백신으로 많은 접종비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의사들의 논리마저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다.
때문에 정부는 공급가 낮추기에 매진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져 있다.
하지만 한 쪽(제약사)의 희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큰 탈이 날 수 있다.
만약 공급가 후려치기가 발생한다면 폐구균 백신의 시장 철수라는 최악의 결과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막대한 시간과 자금을 들여 만든 혁신 백신에 어처구니 없는 가격이 매겨진다면 제약사 입장에서는 팔아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특히 백신이 모두 다국적제약사 제품이라는 점에서 시장 철수 등은 충분히 가능할 수 있는 일이다.
백신 선정 후 앞으로 진행될 폐구균 백신 공급가 책정. 정부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하는 이유다. 눈 앞의 결과만 보고 달려든다면 정말 큰 화를 입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