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하셨습니다."
충남의사회 김영완 의장이 회원들을 향해 넙죽 엎드려 큰 절을 올렸다. 이제 파업 유보가 결정된 만큼 대정부 투쟁으로 촉발된 회원 내부의 균열과 상처를 보듬고 힘을 합치자는 것이다.
20일 충남의사회는 천안컨벤션센터에서 제65차 정기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올해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등을 심의, 의결했다.
이날 총회에 앞서 회원 전 투표에 따른 의협의 총파업 유보 결정이 내려진 만큼 총회 주요 이슈도 이에 집중됐다.
먼저 김영완 의장은 "지난 4~5개월간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고 여의도의 차가운 광장에 쪼그려 앉아 시작했던 투쟁이 오늘 일단락됐다"면서 "이는 한 단락에 쉼표를 찍은 것이지 결코 마침표는 아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대정부 투쟁에 있어 충남의사회는 누구보다 선봉에 섰고 휴진 찬반 투표에서 전국에서 1위를 달성했다'면서 "참석률에서도 90% 이상으로 제일 높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투쟁에 참여한 회원들의 고생이 정말 많았지만 집행부 임원이나 각 시군구 회장 등 지역 전공의를 교육시킨 분들의 노력도 컸다"면서 회원들에 향해 큰절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일단 파업 유보 결정이 난 만큼 전열을 정비하자는 주문도 이어졌다.
김 의장은 "파업을 하며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생겼지만 이제 그 상처를 보듬어야 한다"면서 "회원 내부에서 누가 휴진에 참여했냐 불참했냐와 같은 불신과 불협화음은 이제 아무 의미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뜻을 같이 못하셨던 회원들이 있었어도 오늘부터 같이 협의안이 잘 이행되는지 모두 손을 맞잡고 지켜보자"면서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후빈 회장도 파업에 대한 소회로 인사말을 갈음했다.
송 회장은 "파업 투쟁은 유보됐지만 긴 호흡으로 의정 합의 준수 지켜보면 내부 단합, 조직화 그리고 개혁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지난 수십년간 내부 개혁을 하지 못한 의료계는 2년 전 의협 회장 선거 통해 엄청난 변화 소용돌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변화를 싫어하는 대부분의 기성 세대들이 노 회장 당선을 한번쯤 있을 수 있는 쿠데타로 생각하고 곧 실패해 자멸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지금 2년 전 선거는 쿠테타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매년 수 천명씩 배출되며 건강보험의 틀에 갇힌 채 허우적대고 있는 젊은 의사들. 변화를 원하는 그들의 열망이 의료계 기존 질서에 대한 반발이 분출됐다는 것.
송 회장은 "2년 전 의료계는 그렇게 혁명이 시작됐다"면서 "의료계 후배들이 원하는 열망과 그들이 꿈꾸는 미래를 위해 이제 기성 세대들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고 충남의사회가 그 역할의 중심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 대의원총회에서는 집단 휴진에 불참한 시도의사 회장들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건의안 채택을 두고 내홍을 겪기도 했다.
류종철 대의원은 "휴진 불참 시도의사 회장들을 그냥 두고 보면 안된다"면서 "충북의사회가 해임 결의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신현길 부회장은 "파업 철회가 결의된 마당에 얻을 것이 없는 일로 분열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표결로 결정된 사퇴 권고안은 재석 대의원 18명 중 찬성 6명, 반대 8명, 기권 4명으로 결국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