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원격진료와 관련하여 의료계와 정부는 진실 공방에 휩싸여 상당히 시끄럽다.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정부는 원격진료가 고령사회 진입 등 의료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는 방안이며 원격의료 대상 환자 및 의료기관을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실시한다고 하며 그 범위를 거동이 어려운 노인 · 장애인, 섬·벽지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에 대해 허용함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켜 의료법을 개정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 붙이고 있다. 의료계는 원격진료가 확대 허용되면 건강의 문지기인 일차 의료가 붕괴 된다고 한다.
메디칼타임즈는 후자의 주장에 더 신뢰감이 간다. 왜냐하면 원격의료를 실시하려면 그 범위가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하는 데 그 명확성이 결여되어 있다. 대개 정부 문건에 보면 무엇 무엇 등 이라는 말에 함정이 있다. 무엇 무엇 등은 법률적으로 그 범위가 명확하게 확정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문구로 인하여 정부는 의료계의 주장을 일축하고 모두 빠져 나가 정부가 하고자 하는 대로 몰고 갈 것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역시 정부 개정 법률안의 원격 의료 대상에 보면 '섬•벽지에 사는 사람이나 거동이 어려운 노인 또는 장애인 등 환자의 진료에 대해서도 원격의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함' 여기에도 영락 없이 무엇 무엇 등으로 나와 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여기를 벗어날 수 있는 환자는 아무도 없다. 정부의 허구성은 복지부 한 공무원의 "범위가 어떻게 정해질지는 알 수 없지만 의료법 개정은 하는 것이다" 라는 말로 증명해보이고 있다. 마치 법이 통과되면 두고 보자는 식의 발언이 아니고 무엇인가. 법이 통과되고 형식적인 시범 사업을 거치고 나면 순풍에 돛을 펼친 배처럼 순항을 할 것이 뻔하다. 그리고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로 확대되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담보할 수 있는가.
과거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과 관련하여 의료계는 '선보완 후시행'을 주장한바 있고, 정부는 '선시행 후보완'을 주장한 적이 있다. 의료계 의견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제도를 강행하려고 할 때 정부는 TF팀이다, 협의체다 만들어 의료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개선할 것처럼 허장성세를 떨며 진행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만들어진 협의체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포괄 수가제 시행으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는데도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과거를 돌이켜 볼 때 원격진료도 본 필자는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과 대동소이 하리라 본다.
의료계는 감정에 치우쳐 대의를 그르치지 말고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해야 한다. 의협은 주식회사가 아니다. 10만여 의사들이 모여 의료 발전과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만들어진 이익 단체이다. 의료계 지도자들이 의견을 모아 국민의 건강권을 훼손시키지 않고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응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사람은 모일수록 그 효율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머리 좋은 한사람보다 머리가 좀 나쁜 두 사람의 효율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할 때다. 의협의 판단에 오류가 발생하면 수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 져야 한다. 협회에는 그런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그 시스템의 중심에는 원로 의료계의 지도자들이 있어야 한다. 그들의 경험과 지혜가 절실한 때이다. 왜 원로 선배 의사들은 침묵하는가?
이런 때일수록 의료계는 냉철하게 판단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