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신임 과장들에게 인사하려 왔습니다."
모 대학병원 교수는 보건복지부 세종청사에서 기자와 마주치며 방문 배경을 이같이 말했다.
학회 임원인 그의 손에는 지방에서 열리는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할 논문과 옷을 담은 캐리어가 들려있었다.
복지부는 지난달 보건의료 분야를 비롯한 30여개 부서의 과장급 인사를 단행했다.
보건의료정책과와 의료자원정책과, 약무정책과, 보험정책과, 보험약제과 등 보건의료와 건강보험 정책을 담당하는 과장들을 대폭 교체했다.
한 공무원은 "과장 발령 후 여러 학회 임원진들이 세종청사를 다녀갔다"면서 "학회별 건의사항이 많겠지만 상견례인 만큼 인사를 나누는 선에서 마무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학회 임원인 대학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수련교육과 정원 조정, 의료행위 급여 기준 및 약제 급여 기준 등 주요 부서 신규 과장과 대면하기 위해 서울에서 세종시까지 내려오는 셈이다.
신임 과장 얼굴을 잠깐 보기 위해 학술대회 참석차 지방으로 내려가는 열차에서 도중에 내리고, 한 나절을 투자해 세종청사로 향하게 하는 복지부의 위력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담당 과장들은 '내노라' 하는 유수 병원 교수들의 방문에 당혹해 하면서도, 보건의료 부서의 영향력을 실감하는 눈치이다.
모 과장은 "보건의료는 진료과별, 단체별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정책 판단이 쉽지 않다"며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의료정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외래를 위해 몇 개월 대기하는 환자 앞에서 '갑'인 교수들도 의료정책을 좌우하는 공무원들 앞에서는 '을'로 바뀌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