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잡(job)이 아닌 어려운 잡이네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구지원에 몸을 담은지 8개월째를 맞은 박병철 진료심사평가위원장(66)의 소감이다.
그는 지난해 2월까지 경북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로 몸을 담고 있다가 정년퇴직 후, 진료심사평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박 위원장은 "심사를 하다 보면 내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진료 현장에 있을 때와 확실히 보는 시각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건강보험 재정보다는 오직 환자만 신경쓴다. 환자를 위해서는 CT도 2번 찍을 수 있고, 최신 기기도 사용할 수 있지만 심사기준에는 CT를 한번만 찍어도 충분하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재원이 한정적이다 보니 진료의 적정성과 비용효과를 안따질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즉, 이 부분에서 의사와 심평원 사이의 간극이 생긴다는 것이다.
박병철 위원장은 "의사들은 보험재정에 대해서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면서 "정해진 기준 안에서 사례별로 심사하면 마음에 안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진료 기록'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의사들이 하루에 환자를 많이 보고, 진료하다 보니까 시간적 여유가 없어 기록을 잘 안남긴다. 본인은 분명 진료했는데 기록이 없으면 심사자 입장에서는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병원은 간호사나 레지던트가 기록의 역할을 하지만 의원은 하루에 환자 100명씩 보는데 기록까지 하려면 업무 부담이 클 것"이라고 공감하면서도 "어떻게든지 바쁘더라도 기록을 잘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