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4월 14일 흡연 피해자를 대신하여 담배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하였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손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공단의 비장한 각오와 의지가 엿보인다.
담배 소송을 제기하게 된 이유를 보면, 흡연으로 인한 폐암 등의 질병치료비는 공단이 부담하는데, 정작 담배회사는 막대한 이득만 얻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데 있다.
담배소송의 법리는 담배 회사의 불법적인 행위(위법행위)로 건강보험가입자인 흡연자가 폐암 등 질병이 발생하여 건강보험재정의 지출을 유발하였기 때문에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가 흡연으로 인하여 발생한 공단의 치료비용을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흡연자 30명이 개별적으로 KT&G(옛 담배인삼공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 할 수 없고, 제조사인 KT&G가 담배의 유해성을 은폐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으며, 제조물책임법에 따른 제조․설계․표시상의 결함이 없다고 보아 흡연자 측에 패소판결을 내렸다. 그리하여 공단이 흡연 피해자를 대신하여 구상금 청구소송을 시도한다는 것은 패소시에 부담해야 하는 소송비용 등을 고려하면, 도리어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낭비한다는 일부의 우려도 있다.
담배소송은 소송비용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① 흡연이 폐암 등 질병과 관련성이 있는지, ② 담배의 안정성과 결함 등에 대한 제조물책임이 성립하는지, ③ 담배에 첨가제 투여, 니코틴 조작 등에 대한 담배회사의 불법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입증상의 어려운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담배회사의 내부 고발이나 증거은닉 서류가 제출되지 않는 한 소송에서 필패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필자는 그동안 개인 차원의 담배소송과 공단이 제기하는 소송은 차원이 다름을 설명하고자 한다. 개인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하는 소송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된다면, 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하는 것은 공단이 갖고 있는 방대한 질병자료, 인적․물적시스템, 자문하는 전문가 그룹 등으로 인하여, 불가능한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공단이 최근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불구하고 최종적으로 담배소송을 추진하기로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긴 용기에 대하여 높이 평가한다.
미국의 경우 1952년부터 흡연 피해자 개인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담배소송을 제기하였고, 약 800여 건이 계속 패소하였다. 그러다가, 1994년 주정부들이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흡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고, 법원의 판단도 변하게 되었다. 담배소송을 먼저 시작한 미국의 사례를 우리 사회가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일로 공공기관이 공익을 위해 하여야 할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의료소송 전문변호사의 시각에서 볼 때, 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하는 이번 소송은 승패와 법리를 떠나서 ‘아름다운 소송’이라 명하고 싶다. 주변의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소송을 시작하는 공단 관계자들과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남산의 변호사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