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유형별 수가협상이 19일 건보공단과 의사협회 및 간호협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이번 수가협상은 수가협상 만료일인 5월 31일이 토요일인 점을 감안해 6월 2일까지 연장했다.
지난 16일 공단 이사장과 6개 의약단체장의 상견례 대화 내용을 보면 올해 협상도 기대보다 실망으로 귀결할 것이라는 예측을 짐작하게 했다. 공단 이사장은 "수가가 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은 20% 정도 된다. 합리적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며 의약단체의 협조를 구했다. 또한 "가입자와 공급자, 보험자, 정부 등 4자가 현장의 이야기를 제대로 수렴해 정책으로 승화시켜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이 선순환 해야 건강보험제도가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이사장의 발언은 너무 무책임하다. 수가가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라는 자의적 해석도 문제지만 가입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하자는 식의 사고는 더욱 그러하다. 한 마디로 책임 떠넘기기이다.
지난 2012년 약가 인하와 영상수가 인하 그리고 의료비 지출 둔화 등으로 2014년 건강보험 재정 흑자 분이 8조원에 달하고 있다. 현 정부가 추진, 시행 중인 4대 중증질환 및 3대 비급여 보장성 강화는 재정 흑자 분을 감안할 때 보험료 인상 수준에 1%를 가미해도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의약계 모두가 마른수건을 짜는 심정으로 허리띠를 동여맨 것은 정부와 공단 모두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언제까지 가입자 뒤에 숨어 공급자를 압박할 것인가. 비급여와 부당청구, 직역 간 갈등 등을 단골메뉴로 국민과 공급자, 공급자와 공급자를 이간질하는 비정상적 행위를 지속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
의약단체장들이 하소연과 애원조로 적정 수가인상을 기대한다는 볼멘소리를 매년 되풀이해야 하는 현실도 난센스다. 공단 재정소위원회 제시 수치에 얽매인 수가협상의 구태를 올해도 반복한다면 비애감을 넘어 공급자들의 분노로 표출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