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 연세대 본관 앞에 위치한 언더우드 동상 앞에 가운을 입은 의사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모인 의사들만 100여명. 저마다 들고 나온 피켓에는 세브란스병원의 자율권을 보장하라는 절실한 요구가 담겨있었다.
한시간이 지난 11시 이미 대오가 갖춰지고 있었다. 그러자 이들은 열과 오를 맞춰 연세대 교정을 돌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이사장이 머무는 법인 사무처.
15여분 여를 걸어 도착한 그곳에서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장양수 세브란스 자율권 수호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이사장을 면담하러 간 사이에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다.
"세브란스병원의 자율권을 보장하라" "이를 위협하는 재단 이사회는 퇴진하라" 그들의 요구가 담긴 단 두마디의 외침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간절한 요구는 이사장에게 닿지 못했다. 이사장이 의료원장 임명은 총장의 고유 권한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장양수 비대위원장은 "이사장이 의료원장, 즉 교무위원 임명은 총장 권한이라며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답했다"며 "선거 또한 자신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사장이 이처럼 민주주의를 부정하니 제대로 협의가 이뤄질 수 있겠냐"며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교수들은 다시 발길을 돌렸다. 이번에는 총장 집무실이 있는 대학 본관이 목적지였다.
하지만 이미 예고했던 방문에 총장은 자리를 피한 뒤였다. 결국 이날 모인 100여명 교수들의 간절한 소망은 그 세를 과시하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계속해서 시위를 이어가며 재단과 총장을 압박하겠다는 복안이다. 오는 30일 테레란로에 위치한 김석수 이사장의 변호사 사무실 앞에서 피켓 시위를 계획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장양수 비대위원장은 "이미 테헤란로 가두 시위를 위해 강남경찰서에 집회 신고를 마친 상황"이라며 "교내에서 할 수 있는 일으 했으니 이제는 사회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의 요구는 단순한 선거권 보장이 아니다"며 "세브란스병원을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중단할때 까지 우리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