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국민은 그 국민의 의식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가지게 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조금 변주해 보고 싶다.
불과 2년 전만해도 의료계는 노환규 회장을 필두로 '희망'을 노래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노 회장이 당선됐으니 의료계를 억압하던 제도나 여건이 개선될 것이란 생각이 컸다. 다시 말해 노 회장은 그 시대, 그 당시 회원들이 요구하는 패러다임이었다는 말이다.
투쟁의 과정에서 나온 노 회장의 독단이나 독선은 회원들의 관용의 범위를 넘지 않았다. 이른 바 리더십 보다는 투쟁을 위한 보스십(Boss ship)을 회원들이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보스십이 너무 과했던 탓일까? 관용과 인내를 보이던 대의원들이 회장의 불신임을 의결했다. 106년 의협 역사 초유의 사태다. 그리고 보궐선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런 까닭에 세 후보가 공통분모로 '화합의 리더십'을 내건 것은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다. 포스트 노환규 시대에 의협이 요구하는, 그리고 회원들이 요구하는 패러다임은 어느 덧 보스십이 아니라 경청의 가치를 인정하는 리더십으로 변했다는 말이다.
박종훈 후보는 아예 제왕적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나왔다는 선언을 했다. 유태욱 후보는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노환규 라인을 자처한 추무진 후보 역시 "노환규를 뛰어넘겠다"는 선언 뒤에 소통과 경청에서는 자신이 강점이 있다고 노환규 라인과 일정한 선을 그었다.
후보자들의 공약을 보면 정치 소비자들인 회원들의 입맛을 알 수 있다.
"한 나라의 국민은 그 국민의 의식 수준에 맞는 정치인을 가지게 된다." 이 말을 변주한다면 "국민의 취향에 따라 정치인도 변한다" 쯤 될 게다.
리더십이라는 메뉴를 선택한 회원들 입맛. 세 후보는 과연 이에 부합하는 메뉴를 제공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