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병원 감염 관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 대략 추산해도 5천억원에 달합니다. 합리적인 수가 보상체계가 만들어 지지 않는다면 도저히 예방이 불가능하다는 뜻이지요."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이경원 회장(연세의대)은 29일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에서 개최된 제19차 춘계학술대회에서 감염 관리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수가 현실화를 꼽았다.
선진국에서는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해 정부가 팔을 걷고 지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제대로된 조사나 연구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WHO 보고서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병원 감염 관리를 위해 필요한 예산도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는 전국적인 다기관 연구와 케이스 분석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학회에서도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병원 감염을 막기 위해 필요한 비용조차도 추산할 수 없다는 뜻"이라며 "범 국가적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대략적인 추산만으로도 필요한 예산이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병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경원 회장은 "병원감염관리학회가 자체적으로 추정한 필요 예산은 5천억원 규모"라며 "도저히 병원들이 감당하기 힘든 액수"라고 털어놨다.
이에 따라 학회는 병원 감염 관리와 예방을 위한 합리적인 수가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적으도 국가적인 의료감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예를 들어 VRE 감염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격리 병실에 입원시키고 매주 음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선별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비용을 VRE 양성환자에게 부담시킬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 환자를 격리 시키는 것은 환자 자신을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다른 환자로 전파되는 것을 막기 위한 비용"이라며 "결국 이러한 혜택은 불특정 다수가 얻게 되는 만큼 다른 환자에게도, 격리된 환자에게도 받을 수가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따라서 학회는 병원 감염 관리의 특수성을 인정해 행위별 수가체계와 별개의 수가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염 관리 자체가 다학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만큼 기존 수가체계와는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경원 회장은 "불특정 다수를 위해 시행하는 병원 감염 관리 행위의 특성상 행위별 수가체계로는 도저히 이를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적절한 보상 체계를 갖추기 위해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머리를 모으고 시급히 합의를 이뤄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