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수술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끝났다.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최적의 수술법은 표준 림프절을 절제한 후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는 표준 수술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의 췌장암 수술 후 장기 생존율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과 동등한 수준으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있어 이번 발표가 더욱 주목된다.
서울대병원 외과 김선회, 장진영, 강미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국내 7개 병원에서 췌십이지장절제술을 받은 췌장암 환자 16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비교군과 대조군은 표준 림프절·신경 절제술 그룹(비교군 83명)과 확대 림프절·신경절제술 그룹(대조군, 86명)으로 구분해 수술 후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췌장암 수술 후 2년 생존율이 표준 림프절·신경 절제술을 받은 환자(비교군)의 2년 생존율이 44.5%인 반면 확대 림프절·신경절제술을 받은 환자(대조군)는 35.7%에 그쳤다.
즉, 확대 림프절 절제술이 암 환자의 생존율을 증가시킨다는 학계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췌십이지장절제술은 복부 수술 중에서 가장 큰 수술로 췌장, 십이지장, 담도를 함께 절제하는 수술법.
반면 표준 림프절 절제술은 췌장 주위의 림프절 중 암 전이 가능성이 높은 특정 림프절만 제거하고, 확대 림프절 절제술은 표준 림프절 절제술 보다 림프절 절제 범위가 넓고, 주변 신경 조직까지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또한 연구팀은 수술 후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가 생존율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 기간 중앙값은 20.8개월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14개월에 그쳤다.
한편 비교군 중 항암화학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의 2년 생존율은 50.7%인 반면, 그렇지 않은 환자는 25%였다.
췌장암은 한국인 암 발생 9위, 암 사망 5위, 5년 생존율 7.8%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으로 완치를 위해서는 절제술이 불가피하다는 것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수술법에 대해선 학계 논란이 많았다.
실제로 일부 의사는 림프절과 신경을 통해 암세포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췌장 주위 림프절과 신경을 넓게 절제했지만 난치성 설사, 영양실조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제기돼왔다.
이처럼 췌장암은 수술 절제 범위에 대한 표준화가 없어, 병원 또는 의사에 따라 수술의 치료 성적이나 합병증에 큰 차이가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표준 림프절 절제만으로도 확대 림프절 절제와 동등한 수준의 췌장암 치료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난치성 설사, 영양실조 등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확대 림프절 절제술을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수술 후 적극적인 항암 방사선 치료가 생존율을 향상시킴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 췌장암의 가장 적절한 치료법은 표준 림프절 절제술 후 적극적인 항암방사선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외과계 권위적 학술지인 'Annals of Surgery'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