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가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의료정책을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종합병원 한 원장은 병원협회 집행부의 대정부 움직임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 17일자로 박상근 회장이 대한병원협회장에 취임한지 100일을 맞았다.
박 회장은 삼수 끝에 병원계 수장에 등극한 병원 경영자이자 보험 전문가이다.
그는 지난 5월 8일 정기총회에서 제37회 회장에 선출되면서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린 병원경영을 정상화하고, 병원의 대국민 신뢰회복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또한 의료계 발전을 위해 병원경영 합리화와 의료행위 표준화 및 심사평가 합리화, 의료산업 활성화 등 3대 특별위원회를 신설, 운영하겠다고 공표했다.
박상근 집행부는 현재 3대 특별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복지부는 8월 선택진료에 이어 9월 상급병실 급여화를 예정대로 추진하면서 병원들의 경영악화는 가속화되는 형국이다.
영상수가 인하에 이어 선택진료 급여화 등 병원 수익금을 고도 수술 및 중증진료 그리고 4, 5인실 다인실 수가인상 등 보상방안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결국, 병원들의 비급여 수익을 도려내 급여화 손실분을 보완하는 조삼모사 형식인 셈이다.
병협 내부 사정도 녹록치 않다.
협회 예산은 전임 집행부 과잉지출과 회원병원의 낮은 회비 납부율로 긴축 재정에 돌입한지 오래이다.
집행부는 이미 부서별 10% 예산절감 방안을 제출받아 빠듯한 살림살이로 협회를 운영하는 모습이다.
병원장들이 박상근 회장 취임에 박수를 보낸 이유는 이미 예고된 대정부, 대회원 어려움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박차를 가하는 의료산업화를 제외하곤, 선택진료와 상급병실 보장성 강화 보상책과 인증평가 및 수련제도 개선 등 복지부 기조에서 달라진 게 없다는 지적이다.
병원 관계자는 "박상근 회장이 오랫동안 병협 회장을 준비해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면서 "취임 하면서 내건 병원경영 정상화와 3대 특별위원회 모두 구체적 실행계획이 없는 외침으로 퇴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회장에 취임하면서 자신의 대외 행보에만 치중하는 과거 집행부의 구태를 답습하는 모양새"라며 "병협 회장 이전 초심을 잃지 않고 전문성과 정치력을 발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근 회장은 오후 시간이면 상계백병원에서 협회로 출근해 기획과 보험, 수련, 총무 등 모든 회무를 꼼꼼히 점검하고 지시해 역대 회장 중 근면성과 기획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결코 짧지 않은 2년이라는 임기의 초반을 보낸 박상근 회장.
병협 회장의 성적표는 대외 행보에 따른 언론보도가 아니라, 경영위기에 봉착한 회원병원들의 피부에 와 닿는 성과라는 냉철한 평가로 매겨지는 게 현실이다.
박상근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주위의 덕담에 자만하지 말고, 다소 느슨해진 구두끈을 고쳐 매고 병원계 수장다운 면모를 보여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