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암 대사 제어를 통한 간암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사 조절을 통해 간암 증식을 억제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규명한 것. 이 방법을 활용하면 사상 최초의 경구용 간암 치료제 출시가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대병원 내분비내과 이인규 교수팀은 ROR alpha(Retinoid-related orphan receptor alpha)의 활성 조절이 간암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진은 간암 세포주에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한 뒤 간암 세포내 대사 변화를 관찰했다.
글루타민 대사를 제한하자 포도당 해당 과정(glycolysis)과 생합성에 필요한 효소들이 감소했으며 포도당의 산화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약물적으로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했을때의 효능과 전신적 부작용이 널리 연구되지 않아 글루타민 억제시 발생하는 변화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새로운 타겟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이 때 눈에 띄인 것이 바로 ROR alpha다. 간암 세포에서 글루타민 대사를 억제하면 고아 핵수용체인 ROR alpha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ROR alpha를 과도하게 발현시킨 간암 세포주를 살펴보자 글루타민 결핍에서 일어나는 대사 변화와 유사한 형태로 포도당 해당 과정과 생합성 과정이 감소하고 산화가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
또한 이러한 대사적 변화는 포도당 대사에서 중요한 조절인자인 PDK2가 ROR alpha 활성화에 의해 억제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임상적 적응 확대를 위해 연구팀은 간암 세포주 유래 동물모델(xenograft)를 활용해 약물의 간암 억제 효과를 조사했다.
간암 세포주를 흰쥐에 주입해 간암을 만든 뒤 ROR alpha 활성 조절제를 주입한 그룹과 대조 약물을 주입한 그룹으로 나눠 간암 크기의 변화를 비교한 것.
그 결과 ROR alpha 활성조절제를 주입한 그룹에서 대조군에 비해 현저하게 간암 크기가 감소했고(평균 종양 크기, 226.43 mm3 vs. 73.50mm3, p<0.01) 간암 조직의 PDK2의 발현도 크게 줄었다.
특히 계명대 동산병원 강유나·장병국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187명의 인체 간암 조직을 분석한 결과 간암 조직에 ROR alpha가 주변 정상 조직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간암조직에서 28.9%만이 ROR alpha 양성인 것에 반해 주변 정상 조직에서는 77%가 양성이라는 점을 발견해 임상적용 가능성을 연 것이다.
실제로 ROR alpha 활성조절제를 유효성분으로 함유하는 치료용 약학적 조성물을 만들게 된다면 기존의 항암제 투여가 불가능하거나 불응하는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ROR alpha의 발현 여부를 통한 간암의 진단이나 예후 평가 마커로도 개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교수팀은 앞으로 진행성 간암에서 ROR alpha의 발현을 확인하고 기존의 치료에 저항하는 세포주에서 ROR alpha의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간암 이외의 다른 암으로 확대 적용해 보거나 암 대사를 타겟하는 새로운 고아핵수용체 발견을 기대하고 있다.
교신저자인 박근규 교수는 "간암 세포에 글루타민 대사 억제시 간암 성장 억제 기전을 포도당 대사적 관점에서 규명하고 핵수용체 ROR alpha가 이를 매개한다고 밝힌 것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며 "암 대사 제어의 기능성을 확대하는 다양한 핵수용체 발견에 그 활용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간 분야 최고의 권위지인 Hepatology 지(인용지수 11.19)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