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회장 황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협회 제7대 황휘 집행부가 꾸린 총 9개 위원회 중 국제교류위원회에 이어 법규위원회도 위원장이 공석으로 남게 된 것.
앞서 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지명을 놓고 일부 회원사들의 공분을 샀던 황휘 집행부로서는 당분간 회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취임 한 달이 지났지만 위원장은 물론 위원들조차 온전히 구성하지 못해 ‘식물협회’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법규위는 협회 위원회 중 유일하게 국내 제조업체인 루트로닉 황해령 대표가 위원장을 맡았다.
하지만 24일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황 대표가 법규위 위원장직 사임을 협회에 최종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회원사 한 관계자는 “협회 이광순 상근부회장으로부터 황 대표의 위원장 사임 소식을 들었다”며 “황 대표가 이미 여러 차례 법규위원장직을 고사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 위원회 중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법규위 활동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황해령 대표에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해외출장인 관계로 통화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광순 상근부회장은 25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이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황 대표로부터 위원장직 사임에 대한 어떠한 통보도 공식적으로 받은 적이 없고, 나 또한 이 사실을 누구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협회 사무국 나흥복 실장 또한 “사무국이 공식적으로 황 대표로부터 연락받은 건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또 다른 회원사 관계자는 “24일 이광순 부회장으로부터 황해령 대표 사임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심지어 부회장에게 법규위원장 후보까지 추천해줬다”고 이 부회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특히 “법규위 위원장은 업무 자체가 많고, 또 전문성을 요하는 자리라 위원장 위촉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 일각에서는 황휘 회장의 위원회 구성 난항과 관련해 협회 업무에 대한 이해 부족과 리더십 부재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황 회장은 협회 제5대·6대 집행부에 걸쳐 6년간 부회장을 맡았지만 정작 위원회 활동이 전무하다보니 위원회 구성 등 협회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것.
협회 위원회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들이 수평적인 의사결정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황휘 집행부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일종의 ‘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으로 회원사들의 반감을 키워 위원회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리더십 부재 또한 황휘 회장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
회장 단독후보 추대과정에서 불거진 전임 회장의 편파적인 ‘밀어주기’ 논란으로 태생적인 한계성을 안고 출범한 황휘 집행부가 ‘자기 사람 앉히기’와 ‘코드인사’로 위원장을 지명하면서 회원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는 지적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황휘 집행부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새겨 전문성에 기반한 ‘탕평인사’로 법규위원회·국제교류위원회를 이끌어 갈 적임자를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