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취재하면서 몇년 새 달라진 응급의학과의 인기에 새삼 놀랐다.
기분 탓 일까. 이번에 만난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그들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소위 과거 메이저과 였던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도 아니고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도 아닌 응급의학과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근무 시간 이외 오프가 확실하다는 점이 가장 컸다. 레지던트 시절에도 내과, 신경과 등 대부분이 입원 환자를 신경쓰느라 늘 비상 상황을 대비해야한다.
하지만 응급의학과는 경과를 살펴야 할 병동 환자가 없으니 근무시간 이외에는 말뿐이 아니라 실제로 오프가 가능하다.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나와서도 대학병원 스태프 혹은 중소병원 봉직의로 일하게 되면 오프는 더욱 확실하게 보장된다.
모 대학병원 전공의는 "동료들과 의견만 잘 맞으면 2주 휴가를 다녀오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귀띔했다.
그런 점에서 '일할 때 부지런히 일하고 놀 때 화끈하게 놀 수 있는' 요즘 세대 구미에 딱 들어 맞는 과가 바로 응급의학과인 셈이다.
하지만 응급의학과가 매력적인 이유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단순히 '오프가 확실하다'는 점 이외에도 응급의학과의 미래는 밝다.
보건복지부가 정책적으로 응급의료 분야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병원 내에서도 적자 만드는 과가 아니라 돈 버는 과로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복지부는 응급시술 50%에 대한 가산 이외 응급의학과 전문의 진찰료 가산을 검토 중이며 응급의료 수가개편을 위해 올해 206억원, 2016년 516억원, 2017년 722억원 등 단계적 건보재정 투입을 추진하고 있어 기대해볼 만하다.
또 최근 병원 경영난이 심각해지면서 병원 내 병상가동률을 높이는 게 중요해진 상황에서 응급의학과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주로 야간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은 대부분 입원을 하게 되고 이는 곧 병상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쯤되면 병원 경영진 입장에서도 병상가동률을 높여주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모셔야할 판이다.
이렇게 병원 내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많아지면 휴가일수는 더 늘어난 수 있으며 오프는 더 명확해지는 등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응급의학과는 생명과 직결된 중요한 전공과목이다. 모처럼 찾아온 활기가 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