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장비를 무료로 지급한다고 원장들을 현혹해 고가의 부품비를 받거나 수술 건당 개런티를 수년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17일 안과 의사들에게 문의한 결과 일부 업체들의 '공짜 마케팅'이 안과의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경기도의 H 안과 원장은 "업체와 리스 계약 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0년 전만해도 8억원을 호가하던 라식 기계값이 최근 1억 5000만원 대까지 떨어진 걸 봤다"며 "아예 공짜로 기계를 공급하겠다는 업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업체는 공짜로 라식 장비를 공급하는 대신 수술 건당 개런티를 받거나 수술에 필요한 콘과 같은 부품을 비싸게 받는 수법으로 소위 본전을 뽑는다"며 "공짜라는 말에 혹해 알고도 당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프린터 제조사가 헐값에 기계를 보급하고 잉크나 용지 등 소모품으로 이윤을 남기는 것과 비슷한 수익 모델이 라식 장비에도 도입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H 안과 원장은 "장비는 무료지만 계약서에 각 부품을 일정 금액 이상으로 구입할 것을 명기하는 경우 업체 측은 수술이 많을 수록 더 큰 이윤을 얻게 된다"며 "수년간 부품 구입 비용으로 기계 값을 다 지불한다 해도 계약은 그대로 유지돼 의사가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주의를 설명했다.
마포구의 K 안과 원장도 비슷한 사례를 전했다.
K 원장은 "장비를 공짜로 주는 것처럼 교묘히 계약해 결국 원장들에게 기계값이며 부품값을 부담케하는 상술 마케팅이 종종 있어왔다"며 "업체와 원장이 음성적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표면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관행적인 수익 나눠먹기가 존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업체들이 담보를 요구하거나 일정 수술 건수 이하에 대해서는 기계 반환을 요구하기도 한다"며 "원장이 먼저 반품을 요구하는 경우 중고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도 한다"고 지적했다.
라식 및 라섹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한안과의사회도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김대근 전 회장은 "의료기기 업체상이 병원에 자본을 투입해 수익을 나눠먹는 것은 사무장병원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불법이다"며 "회원들의 피해 사례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각 업체 측에 공짜 마케팅을 활용하지 말라고 공문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체들이 어리숙하고 경제관념이 없는 의사를 타겟으로 이런 마케팅을 벌인다"며 "회원들에게도 상술에 빠지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아직도 가끔 의사회 홈페이지에 피해 사례가 올라온다"고 덧붙였다.
안과의사회는 피해 사례 현황 조사를 통해 적절한 대응책을 결정하겠다는 입장. 이재범 안과의사회 회장은 "공문 발송 이후에도 비슷한 회원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지 현황을 파악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