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 등 공공병원이 시행 중인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경영상 일부 병동에 한해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 와중에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은 전 병상을 포괄간호서비스로 운영 중이다.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직접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아버님, 상태가 많이 안좋으세요. 수술 후 입원치료가 필요합니다."
"입원이요? 글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입원 얘기에 고령의 환자는 보호자로 함께 온 아들의 눈치를 보다 이내 말끝을 흐렸다.
"아, 입원은 걱정안하셔도 됩니다. 저희 병원은 포괄간호서비스 병원이라 보호자가 안 계셔도 됩니다. 별도로 간병인 도움을 받을 필요도 없고요."
"아, 그래요? 그럼 수술 받죠."
환자는 금새 선뜻 수술을 결정했다. 잠시 주춤했던 보호자도 표정이 밝아졌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은 고령의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할 때마다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다는 이유로 당장 필요한 수술마저 포기하는 게 늘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VIP병동, 중환자실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전 병동에 과감히 포괄간호서비스를 도입했다.
심장전문병원인 세종병원 특성상 중증도가 높아 수시로 병동 환자의 상태를 케어해야하기 때문에 포괄간호서비스가 매우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이다.
"포괄간호서비스 최적의 병동 모델 모색" 실험병동 운영
기자가 찾은 세종병원 병동은 조용하고 한산했다.
병상에는 환자가 누워있고 복도에 오가는 사람은 간호사와 환자뿐이었다. 간혹 일부 병동에 환자 보호자가 함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드물었다.
간호사들은 조용한 병동을 돌며 환자의 혈압을 체크하는 등 환자상태를 체크하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환자가 병동 내 필요한 모든 간호서비스를 간호인력이 전담함으로써 환자 보호자의 경제적,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줄인 포괄간호서비스의 특징이 전체 병동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각 층별로 병동 구조가 조금씩 다른 것이 눈에 띄었다.
어떤 병동에는 벽에 창을 내고 환자의 상태를 살필 수 있고, 또 다른 병동 바로 앞에는 소(mini)스테이션을 마련해 병동 내 위급상황을 수시로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아예 병동 안에 간이스테이션을 넣은 곳도 있었다.
포괄간호서비스를 하는데 최적의 병동 환경을 찾아내기 위한 세종병원의 실험인 셈.
특히 보호 관찰이 필요한 중증환자를 위해 벽에 창을 낸 병동은 환자들의 반응에 따라 세종병원인 인천에 추진 중인 메디플렉스병원에 도입할 계획이다.
환자와 호흡하며 간호사 업무만족도 '쑥쑥'
복도 한켠에는 환자 목욕용 베드가 정돈돼 있었다. 환자들에게 1주일에 한번 목욕, 1주일에 2번 세발 간호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서다.
이밖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화장실 이동 등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으로 더 힘들어졌겠다"라는 질문에 "간호사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아졌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왜일까. 말그대로 환자의 손과 발이 돼 일거수일투족 함께 하며 '내 환자'라는 인식이 생긴 게 가장 큰 변화.
지금까지는 경력이 쌓일수록 환자차트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일을 해왔는데 포괄간호서비스를 시작하면서부터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팀 체계를 구축, 전담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에 투입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각각 14명, 38명으로 병동 한 개층 당 간호사 4~5명, 간호조무사 8~9명을 배정했다.
한개 층에 환자가 약 50명인 것을 감안하면 간호사 1명당 환자 10명을,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5명을 돌보는 셈이다.
세종병원 장동녀 병동부장은 "팀 간호로 바뀌면서 간호사들은 자연스럽게 '내 환자'라는 개념이 생겼다"며 "환자의 육체적 상태는 물론 심리적 상태까지 파악하게 되면서 오히려 업무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환자와의 라포가 돈독해지면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아쉬운 간호인력…비정규직 해결도 과제
하지만 부족한 간호인력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 포괄간호서비스를 시작하고 간호사 인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수가시범사업은 정부가 지원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수가에 맞춰 인력을 채용하려다 보니 오히려 인력이 감소한 것.
장동녀 간호부장은 "포괄간호서비스를 하다보면 욕심이 나지만 간호인력이 부족해 늘 아쉽다"며 "정부의 수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비정규직 신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간호조무사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도 해결 과제다.
세종병원 한 간호사는 "지난 2년간 포괄간호서비스를 위해 교육도 시키고 다 적응했는데 간호인력이 바뀌면 또 다시 교육을 하는 등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워했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도 "간호인력이 자주 바뀌는 것은 병원 측에서도 손실이지만 현재 시범으로 진행하는 사업으로 유동적이다보니 정규직으로 운영하는 데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마음 같아서는 정규직으로 하고 싶지만 혹시라도 시범사업이 중단되면 해당 인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게 병원의 현실이다.
그는 이어 "정규사업이 되면 바로 해당 인력을 정규직화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정부가 시범수가를 인상해야 현재 마이너스 상태인 인건비를 겨우 메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