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최근 접종비의 비현실화를 이유로 노인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위탁사업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대한한의사협회가 대신 맡겠다고 나섰다.
한의협은 종합병원, 병원, 의원에만 위탁·수행할 수 있도록 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한의원과 한방병원을 추가해 달라고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27일 한의협은 "노인 독감 예방접종에 대해 의사협회가 접종비가 적다며 보이콧을 운운하고 있다"며 "이에 한의사협회는 독감 예방접종 사업을 대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운을 뗐다.
앞서 의협은 65세 이상 노인 독감 국가예방접종(NIP) 사업에 대해 "수용하기 어렵다"는 강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정부 예산만을 근거로 일반 관행수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금액으로 접종비를 산정한 만큼, 1만 2천원으로 결정된 접종비를 소아 NIP 접종비에 준하는 1만 8천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접종비의 연구용역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의협은 "노인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위탁사업은 국민건강을 위해 반드시 진행돼야 하는 국책사업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협회는 예방접종에 대한 의사들의 독점적 권한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의협은 자신들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서슴없이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본인들 외에는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자신들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주지 못하는 접종비에 사업 참여 거부 운운하며 국민과 국가를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비정상적 기득권을 악용해 의사들이 갑의 횡포를 행사하는 만큼 이를 대신해 한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위해 예방접종 업무를 대신 수행하기를 희망한다는 게 한의협 측 입장.
한의협은 "현재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미 한의사에게 의사와 동등하게 감염병 환자의 진단과 신고, 역학조사, 소독,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 신고 의무를 부담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한 교육 역시 한의과대학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은 "하지만 오직 예방접종 업무에 한해서만 종합병원, 병원, 의원 등에게만 위탁, 수행할 수 있도록 독점적 권한을 부여했다"며 "이는 한의사의 예방접종 업무 수행을 제한하고 이로 인해 의사들은 국민과 국가를 상대로 당당하게 협박할 수 있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의료법이 의료인, 의료기관 및 의료인단체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하는 감염병의 발생 감시 및 예방·관리 및 역학조사업무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한의사도 감염병의 발생 감시 및 예방 업무에 참여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의협은 "본래 대한민국에서 현대식 예방접종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종두법을 도입한 사람은 현대 한의학의 아버지인 한의사 지석영 선생이었다"며 "한의사 일동은 예방접종을 포함한 모든 국책보건의료사업에 적극 참여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한의협 김지호 홍보이사는 "이미 한의사들은 산삼약침 등 한약제제를 주사기의 형태로 투여하고 있다"며 "의료법 어디에서도 주사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시행령만 개정되면 언제든 독감 예방접종 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의협의 주장에 의협은 불쾌하다는 반응.
의협 관계자는 "백신의 개념이나 주사기의 사용 등은 현대의학에 근거한 것인데 한의협이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는 것에 실소를 금치 못하겠다"며 "전문가적인 인식 수준이 궤변을 넘어서 있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환자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학문적 기반과 원리에 의거하지 않은 독감 예방 접종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한의협은 환자의 안전 대신 수익을 우선시한 주장을 한 것은 아닌지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이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