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경막 탈장을 변비로 오진해 환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 의사와 그 병원은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는 횡경막 탈장으로 흉강삽관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에 이른 환자의 유족 측이 경기도 성남의 A병원과 분당의 B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두 병원 중 A병원에만 책임을 물었다. 손해배상액은 1억2750만원. 책임은 40%로 제한했다.
C군은 복부 통증을 호소하며 A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흉복부 X레이 촬영 결과 의료진은 비특이적 복부 통증으로 진단을 내리고 관장 및 정장제를 처방했다.
12일 후, C군은 또다시 배가 아프다며 응급실을 찾았고, 의료진은 복부 X레이를 찍은 후 비특이적 변비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는 글리세린 관장만 실시했다.
관장을 받았지만 C군의 복부 통증은 계속됐고 여기에 더해 열이 나고, 호흡까지 불규칙해졌다. 가족들은 B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찾았다.
CT, 혈액 검사 등을 거친 결과 의료진은 급성충수돌기염, 급성 위장관염, 긴장성 기흉 및 혈흉 진단을 내리고 가장 먼저 왼쪽 폐에 흉강천자를 실시했다.
그러나 상황은 점차 악화돼 심정지 상태까지 이르렀다.
심폐소생술 후 흉부 및 뇌 CT 검사를 시행했더니 우측 흉강 내 다량의 흉수 또는 혈흉, 좌측 횡경막 탈장 및 폐 허탈 소견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흉관삽관술을 실시해 혈액 830cc를 배액하는 등의 처치를 했지만 C군은 끝내 사망했다.
유족 측은 A병원과 B병원 모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X-레이 검사에서 횡경막 탈장 및 혈흉을 의심할 수 있는 이상 소견이 발견됐음에도 A병원 의료진은 흉부 CT 촬영이나 흉강천자 등의 추가 검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병원에 대해서는 ▲횡경막 탈장을 조기 진단 못한 진단상 과실 ▲횡경막 탈장 치료를 위한 적절한 조치 취하지 못해 심정지 유발한 치료상 과실 ▲흉관삽관술 위험성에 대한 설명의 의무 위반 등을 지적했다.
법원은 A병원의 과실에 대해서만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흉부 X-레이 촬영에서 흉수를 동반한 폐렴 소견이 발견됐음에도 변비약 처방만 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한 추가 검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복부 X-레이 촬영에서도 횡경막 탈장을 의심할 만한 이상 소견이 발견됐지만 변비로 오진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A병원은 횡경막 탈장 및 혈흉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한 채 상당한 기간 동안 방치한 진단상 과실이 있다. 이 과실과 C군 사망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