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코일 색전술을 받은 환자가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유족 측은 수술을 진행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병원 측은 유족에게 진료비를 받기 위해 법원 문을 두드렸다. 법원은 병원 측 손을 들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원)는 최근 병원 측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는 환자 측과 진료비 납부를 촉구하는 병원 측이 동시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병원 승소 판결을 내렸다.
환자 측이 병원에 내야 할 진료비는 총 823만원이다.
병원과 환자 측 사연은 이렇다. 갑작스러운 두통과 어지러움, 오심, 구토를 호소하며 서울 A대학병원으로 실려온 환자 B씨.
뇌 CT 결과 다발성 뇌수조 지주막하 출혈, 소량의 뇌실 내출혈 진단이 내려졌다. 의료진은 혈관 조영술을 통해 병의 원인을 확인하고 뇌동맥류 재출혈 방지를 위해 '뇌동맥류 코일 색전술'을 실시했다.
의료진은 코일의 크기를 점점 줄여나가며 코일 색전술을 해 뇌동맥류 폐색시킨 후 마무리했다. 이후 뇌 CT 촬영을 했더니 다량의 뇌실질 내출혈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즉시 감압성 두개골 절제술 및 혈종 제거술을 실시했지만 이 환자는 사지마비 상태를 유지하다 사망에까지 이르렀다.
유족 측은 "코일 색전술 과정에서 환자의 동맥류 크기보다 지나치게 큰 코일을 선택해 무리하게 코일링을 시도해 뇌동맥류를 파열시켰다"며 의료상 과실을 주장했다. 이와 함께 설명의무 위반도 내세웠다.
그러나 법원 측은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일 색전술은 먼저 가장 큰 코일을 사용해 동맥류에 프레임을 만들고 점차적으로 작은 크기의 코일로 프레임에 공간을 채우는 방법으로 진행한다. A대학병원 의료진이 사용한 코일은 동맥류 프레임 생성을 위한 코일로서 적절한 크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한 응급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환자 상태에 나쁜 영향을 줄 위험성이 높다. 대신 의료진은 환자 측 보호자에게 수술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수술 동의서에 서명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병원 측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비도 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유족 측은 A병원에서 받은 치료는 모두 의료진의 과실 때문에 발생한 장애 칭 내지 악화 방지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의료진에게 어떠한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비를 내야 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