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진단기술을 신기술로 오인해 평가한 후 56억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를 환수하려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전국 14개 대학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산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들 14개 대학병원은 2009년 1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자가면역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상대로 독일 E사가 제조한 진단의약품 'EUROLINE Anti-ENA Profileplus 1(IgG)'를 사용해 체외 진단을 실시했다.
이후 '항 ENA 항체 검사(너-443, 2005년 7월 보건복지부 고시)'로 요양급여비 청구를 했다.
심평원은 지난해 5월 해당 진단시약을 사용한 의료 행위는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이 반려돼 급여 청구를 할 수 없는 항목이라며 이들 병원이 타간 요양급여비 환수 처분을 내렸다.
심평원이 내세운 근거는 2009년 해당 진단시약을 사용한 의료 행위에 대한 신의료기술 평가 결과.
당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해당 의료 행위는 면역블롯법(Immunoblot)으로 시행한 항 ENA항체 검사로서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신의료기술 평가 신청을 반려했다.
문제가 된 진단의약품을 수입, 판매하고 있는 국내 W사는 지난해 2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다시 신의료기술 평가를 신청했으며,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2015년 1월 기존 기술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의료기술 평가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심평원은 1차 심의 결과를 근거로 2차 심의가 이뤄지기 전 5년 동안 지급된 요양급여비를 환수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14개 대학병원이 지급받은 요양급여비는 4만1246건에 대한 56억여원이다.
결국 이들 대학병원은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가 검사 방법을 기존 진단기술법이 아닌 새로운 진단기술법으로 오인했다"며 "신의료기술 평가를 재심의한 한국보건의료연구원도 기존 기술에 불과하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심평원 측은 "1, 2차 신의료기술 평가 결과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차 신의료기술평가가 위법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맞섰다.
법원은 대학병원 측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1차 신의료기술 평가 당시 위원회는 이를 구체적인 기술명으로 오인한 나머지 새로운 진단기술법이라는 전제로 평가를 진행했다"며 "명백한 사실오인의 하자가 있고 그 하자가 중대하고 명백해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문제가 된 의료 행위를 조기 기술로 판단한 1차 신의료기술 평가는 그 효력이 없고 오히려 이 사건 의료 행위는 고시에 요양급여 대상으로 등재된 급여행위에 해당한다"며 "심평원의 처분은 모두 위법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