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에 대한 키닥터 소신은 중요하다. 주관적이지만 동료 의료진에게 자신의 처방 패턴 타당성을 말할 수 있어서다. 물론 향후 판단은 개별 의사들 몫이다.
캐나다 심장연구센터 피터 린 교수(1차의료계획과장)의 지질 관리 초기 환자 관리법은 단호했다. 고민없이 '스타틴 고용량' 처방이다.
IMPROVE-IT 연구 결과 이후 또 다른 대안으로 주목받는 '스타틴 저용량+비스타틴' 조합은 '스타틴 고용량'이 듣지 않으면 쓰라고 했다.
LDL-C 수치 감소가 지질 관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동의했다. 하지만 '어떻게', '잘' 낮추느냐도 꼼꼼히 따져봐야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절대적인 LDL-C 수치 감소에 집착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런 의미에서 초기 환자부터 '스타틴 고용량'을 사용해 스타틴 고유의 추가적인 효과와 혜택을 충분히 누려야한다고 했다. 스타틴 중에서도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는 레벨이 다른 이점 많은 스타틴이라고도 소개했다.
최근 방한한 피터 린 교수를 만나봤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최근 비스타틴을 사용하는 IMPROVE-IT 연구 결과로 스타틴 위주의 지질 관리에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스타틴만으로 충분한지 비스타틴 병용법이 더 효과적인 것인지 의견이 궁금하다.
스타틴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모든 연구에서 일관되게 나오는 자명한 결과다.
IMPROVE-IT 연구에서 (심바)스타틴 단독군과 에제티미브 병용군에서 거의 효과 차이가 나지 않았다. 따라서 에제티미브와 병용한다고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진다고는 보지 않는다. IMPROVE-IT 참여 환자들은 관상동맥 질환을 가진 중증 환자로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함께 사용하면 상당한 임상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스타틴 단독과 에제티미브 병용법은 중증 환자들의 2차 예방에서 실질적인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실제 스타틴과 비스타틴 치료군의 LDL-C 강하 효과는 dl당 15 mg 정도 그쳤다.
심혈관사건 예방 측면은 어떤가.
두 치료군 차이는 6.4%다. 큰 차이는 아니라고 본다.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해도 이를 확인하기 위해 7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됐다는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참여 환자 특징은 다르지만 크레스토 JUPITER 연구와 IMPROVE-IT 연구를 비교해볼 수 있다. JUPITER 연구는 저위험군 환자에서 고강도 스타틴을 단독 사용했을 때 어떤 혜택이 있을지를 평가한 연구다.
여기서 크레스토군은 2년이라는 단기간만에 심장마비나 이로 인한 여러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44% 감소했다. 이 연구는 위험도가 없는 크레스토 환자군을 대상으로 단기간에 진행됐지만 큰 효과를 보였다.
따라서 일반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법보다 고강도 스타틴 용법이 임상적으로 이익이 더 크다고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가 여전히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에제티미브 병용법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
부작용 부분은 어떤가.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법은 이중 기전으로 보다 유리하다는 의견이 있다.
최신 ACC/AHA 가이드라인을 보면 LDL-C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유는 목표치를 정하면 이를 도달하기 위해 모든 제제를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되기 때문이다.
로수바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더하면 지질 차제는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스타틴이 가진 추가적인 보호 효과들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다. 스타틴은 단순히 LDL-C 감소 등 지질 개선 기능 뿐만 아니라, 심혈관 보호, 사망률 개선 등 추가적인 혜택이 있다.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IMROVE-IT 연구는 심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법을 본 것이다. 최근에는 에제티미브에 아토르바스타틴이나 로수바스타틴을 섞은 복합제도 출시되고 있다. 이 모든 조합을 제쳐두고 역시 스타틴 고용량을 권하겠는가.
그렇다. 저용량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는 바람직한 병용법이 아니다. 스타틴이 가진 추가적인 효과와 혜택들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충분한 스타틴 용량을 사용해야 한다.
아이폰4와 4S의 차이를 생각하면 되겠다. 에제티미브는 그만큼의 미미한 add-on이기 때문에 스타틴 고용량을 통해 가져올 수 있는 최대한 혜택을 누려야한다.
한국 의료진 중에는 저용량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고용량 스타틴보다 선호하는 이도 많다.
기본적으로 저용량 스타틴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심혈관계 예방과 보호에 있어 많은 혜택을 주는 역할은 스타틴이기 때문에, 충분한 용량으로 사용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스타틴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스타틴 중에서도 서열이 존재한다고 보는가.
어떤 스타틴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지는 각국 정부가 발표한 스타틴 제제 안전성 및 사망률 데이터를 통해 찾을 수 있겠다.
1만4000여명 캐나다인 대상으로 정부가 발표한 로수바스타틴과 아토르바스타틴 안전성 비교 연구에 따르면, 두 그룹간 근육이나 신장 질환 유발 가능성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다만 사망률 데이터에 따르면, 로수바스타틴이 아토르바스타틴에 비해 전체사망률 58%, 심혈관 관련 사망률 64% 더 낮았다.
영국 정부가 11만7000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로수바스타틴과 기타 스타틴(아토르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제제를 비교한 데이터에서도 이상반응 측면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사망률 측면은 로수바스타틴이 전체사망률 45%, 심혈관 관련 사망률 43% 더 낮았다.
종합하면 로수바스타틴 고강도 단독법 사용이 사망률 측면에서 가장 좋은 옵션임을 알 수 있다. 로수바스타틴 고강도 치료 후 조절이 되지 않는 환자에서 에제티미브 add-on을 고려할 수 있다.
이것은 제조사 데이터가 아니라, 편향성을 갖고 있지 않는 정부 데이터라는 점에서 신뢰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