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의료원이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을 통합하는 작업에 돌입하면서 여의도성모병원 의료진들의 탄식이 깊어지고 있다.
가톨릭 대표 의료기관으로 쌓아왔던 영예를 회고하며 결국 병상만 남는 것 아니느냐는 우려 속에서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최근 서울성모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을 통합하고 총괄 병원장으로 승기배 현 서울성모병원장을 임명했다.
앞으로 서울성모병원은 제1병원으로 고난도 수술에 집중하고 여의도성모병원은 분원으로 만성질환 관리와 호스피스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의료원은 이같은 업무 분장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상태며 내년 초부터는 완벽한 분업 체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합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여의도성모병원의 의료진과 임직원들은 깊은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다. 가톨릭의료원의 모태가 결국 흡수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여의도성모병원 A교수는 "불과 20년전만해도 성모병원 스텝이라는 자부심이 상당했다"며 "어느 병원보다 성모병원을 사랑하고 발전을 위해 노력한 스텝들이 많았는데 결국 이렇게 끝이 나는가보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성모병원은 1936년 5월 11일 국내 최초의 가톨릭 의료기관으로 중구에 자리를 잡았다.
이후 1954년 가톨릭 의과대학이 설립되면서 의대 부속병원으로 인정됐으며 1983년 확장을 위해 여의도로 자리를 옮기면서 현재 여의도성모병원의 시대를 맞았다.
3년후인 1986년 가톨릭암센터가 설립되면서 여의도성모병원은 국내 최초의 암 진료 전문센터를 보유하게 됐고 아시아 최고의 백혈병센터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9년 서울성모병원이 설립되면서 가톨릭암센터를 서울성모병원에 넘겨줘야 했고 백혈병센터 등과 주요 스텝까지 모두 넘겨주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하던 여의도성모병원은 전면 리모델링 등 대대적 혁신 사업을 진행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상급종합병원 지위까지 내려 놓으면서 결국 서울성모병원과 통합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의도성모병원의 B교수는 "말이 통합 병원이지 사실상 대학병원, 3차병원의 역할은 없어지는 것 아니냐"며 "중증 환자는 서울성모병원으로 모두 보내고 수술 후 관리를 하는 역할이 되는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결국 나중에는 사실상 호스피탈리스트 역할만 하는 인력만 남고 병상으로 활용하는 병원이 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이는 의료진만의 고민이 아니다. 의료기사 등 보조 인력들과 일반 행정 임직원들도 고민이 많다. 병원의 기능이 축소되면 구조조정이 진행되지 않겠냐는 우려감이다.
여의도성모병원 관계자는 "병원의 기능이 축소되면 결국 필요한 인력도 줄어들지 않겠냐"며 "벌써부터 부서 통폐합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직원들이 모이기만 하면 그 얘기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