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원인을 없애기 위한 수술을 하지 않고 원인에서 비롯된 증상 호전을 위한 수술을 한 대학병원이 불완전 치료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판사 김성수)은 최근 비중격만곡증으로 인한 만성부비동염을 갖고 있던 환자 김 모 씨가 서울 S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 씨는 비중격만곡증에서 비롯된 만성부비동염을 치료하기 위해 S대학병원에서 교정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의료진은 수술 과정에서 비중격만곡증 자체는 심하지 않다 판단하고 부비동염 수술과 함께 다소 비대해진 하비갑개 절제술만 시행했다.
문제는 김 씨의 부비동염이 재발한 것. 결국 김 씨는 다른 대학병원에서 비중격교정술 및 하비갑개성형술을 받아야 했다.
법원은 근본적인 치료를 하지 않고 증상에 대한 치료만 했다며 병원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비중격만곡증을 근본 원인으로 만성부비동염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데 S대학병원 의료진은 통상적 의학 수준에서 요구하는 교정술을 하지 않고 증상에 대한 치료와 미온적인 하비갑개절제술만 시행했다"며 "수술 범위 축소 이유와 경위에 관한 설명도 소홀히 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환자가 기대하고 의도한 근본적인 치료에 못미치는 불완전한 시술에 그친 데 문제가 있다"며 "의료진의 불완전한 시술과 설명의무 위반 등 자기결정권 침해에 따른 위자료만 지급하면 된다"고 밝혔다.
위자료 이외 김 씨가 청구한 진료비 및 약제비, 역류성 식도염 약제비, 영상진단비, 의무기록발급비, 치료비 513만원은 반환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들 비용은 의료진의 진료계약 위반이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