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 월 평균 수백명. 진료 예약대기 기간 평균 2개월. 서울대병원 홍순범 교수(소아정신과)는 늘 상담시간이 부족해 미처 전하지 못한 얘기를 책으로 펴냈다.
제목은 <만능양육>. 정신과 의사가 양육서를 낸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소아환자를 상담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환자 보호자인 부모와의 상담으로 이어지기 마련. 그는 늘 양육단계에서 부모의 역할을 놓쳐 정신과를 찾은 사례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다.
홍 교수는 "육아 및 양육 서적이 넘쳐난다. 이는 반대로 책을 읽어도 해결이 잘 안되고 있다는 의미"라며 "아이의 발달단계 원리를 이해시켜줌으로써 양육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는 그가 소아정신과를 전공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그는 "간혹 성인 정신과 상담을 하다보면 어린시절 문제가 있었던 경우가 많다"며 "소아정신과를 전공한 것도 조기에 개입해 성인이 되기 전에 치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소아정신과 측면에서 양육은 아이의 발달단계에 따라 '애착-훈육-자립' 3단계로 구분하는데 시기별로 양육의 규칙을 달리해야하는데 이를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 따르면 만2세까지는 애착의 단계로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 아이와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단계를 잘 거쳐야 다음 단계인 훈육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다.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훈육으로 건너뛰면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 단계 또한 훈육의 단계를 잘 거쳐야 자신만의 정체성과 인생관을 찾을 수 있다고.
그는 "애착이 형성되지 않은 부모가 훈육을 한다며 엄하게 대하면 아이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어진다"며 "이 과정을 소아정신과 전문의로서 해법을 제시해봤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운전면허는 공부해서 시험을 보는 것처럼 양육도 공부가 필요하다"며 "<만능양육>은 운전면허책처럼 양육의 필수서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한 그는 "소아환자 상담을 진행하다보면 이와 같은 이야기를 되풀이 하는데 늘 진료시간에 쫒겨 충분할 설명을 해줄 수 없다보니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사실, 홍 교수가 책을 펴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인턴시절 그가 새내기 의사로서 겪고 느낀 것들은 기록해뒀다가 지난 2008년 <인턴일기>라는 제목의 책을 펴낸 바 있다.
그가 인턴을 시작한 것은 2001년도. 의약분업 직후로 앞서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 것을 두고 시민들이 의사에 대해 반감을 보이던 때였다.
홍 교수는 스스로 의사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는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는 수련과정을 글로 남겨봐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자신 또한 기성 의사가 되기 전에 기록을 남겨놓고 싶었던 것. 그리고 초짜 의사의 솔직한 이야기가 의사와 환자간 접점 역할이 됐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즉, <인턴일기>와 <만능양육>은 홍 교수가 대중 즉, 환자들과 소통하는 창구인 셈이다.
그는 "이번 책을 펴낸 것을 계기로 계속해서 관련 책을 내고 싶다"며 "책을 통해 환자들과 소통하고 진료실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