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 집단감염 사태와 동료평가제를 골자로 하는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 등으로 먹구름이 잔뜩 껴 있던 의료계 하늘이 간만에 밝았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대한의사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의 판결을 요약하자면 지난 2014년 집단휴진은 공정거래법 무관하기 때문에 공정위가 의협에 부과한 과징금 5억원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집단휴진의 배경과 당시 상황을 취재했던 보건의료 전문매체 입장에서도 재판부의 판결을 환영한다.
집단휴진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을 제기하기 위해선 부당한 경쟁제한과 그로 인한 이익 또는 불이익의 당사자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당시 집단휴진의 목적은 '사업자'로서의 의사가 아닌, '수호자'로서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던 것인만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첫단추부터 잘못 채워진 셈이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는 의료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정부 기관'인 공정위가 밥그릇 챙기기 정도로 본 것인지, 아니면 처벌을 위한 처벌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늦게나마 진실을 인정해준 재판부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각고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이번 판결은 과징금 5억원이 위법하다는 게 핵심이 아니다.
의료전문가로서의 의사들의 한 목소리가 법적으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의협을 필두로 의료계가 정부의 의료정책과 제도에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힘을 얻은 셈이다. 투쟁의 명분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의료전문가로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게 됐다.
또 하나, 이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바로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에 대한 재판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검찰은 1월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기획이사,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노 전 회장 징역 1년, 방상혁 전 이사 벌금 2000만원, 의협 벌금 30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판결이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이사의 재판에서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생각이다. 이들이 '무죄'라는 판결이 나와야 의료계의 진정한 승리라고 할 것이다. 판결과 관련해 검찰 역시 다음 재판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 분명한 만큼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도 있다. 의료계가 노 전 회장과 방 전 이사를 응원하고 의협에 뜻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것'이다.
솔직히 올바른 의료제도의 항구적 정착을 위해선 의사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치권이 움직여야 하고 그에 앞서 정치권을 흔들 수 있는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의료계의 투쟁이 국민으로부터 '밥그릇 챙기기'가 아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싸움이라는 패러다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의료계가 국민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공정위의 과징금에 '공정'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며, 판결을 기점으로 의료정책과 제도에 보다 적극적인 의협의 개입, 그리고 노환규 전 회장과 방상혁 전 이사의 재판에 대한민국 모든 의사들의 응원과 지원이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