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악성질환 중 하나인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Natural Killer/T cell lymphoma) 환자의 예후를 가늠할 수 있는 새로운 척도를 개발해 주목된다.
기존 척도는 과거 항암화학요법이 별다른 치료효과를 거두지 못할 때를 기준으로 만든 것이라 최근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
생존율 및 병의 진행 예측 정도에 따라 환자 치료계획도 달라지지만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하면서 생존율을 끌어올리고 병의 진행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원석·김석진 교수 연구팀은 지난 1997년부터 2013년 사이 전 세계 11개국 38개 병원에서 림프절 외 NK/T세포 림프종을 치료받은 환자 527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의 생존율에 영향을 준 특정 요소들을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체 환자의 평균 생존 기간은 76.1개월로 환자 중 36%(187명)는 병의 진행이 멈추지 않거나 재발했으며 42%(220명)는 결국 숨을 거뒀다.
이들 환자의 생존율은 우선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암의 진행 상태를 기준으로 3~4기에 해당하는 환자는 1~2기에 비해 사망 위험이 2.56배 더 높았다.
나이 역시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였다. 60세를 초과한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2.16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에 기존 척도에서는 다루지 않았던 새로운 예후인자 3개도 확인됐다. 향후 환자 치료에 있어 상당 부분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비강, 비인두, 부비동 등 코 주변부에 주로 발생하는 NK/T세포 림프종의 특성과 달리 다른 부위에서 발병할 경우 사망 위험이 1.93배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림프절 원격전이가 동반되는 경우에도 상대적 위험도가 1.69배 늘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발병의 중요한 원인인자이면서도 주요 예후 예측 모델에서 다뤄지지 않았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바이러스)의 혈액 내 검출 여부가 포함된 점이 특이점이다.
진단 시 혈액 내 검출 유무에 따른 유의한 생존율의 차이가 확인된 이유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척도인 핑크(the Prognostic Index for Natural Killer cell lymphoma, PINK)를 통해 EB바이러스를 보유한 환자 328명을 따로 추려 생존율을 측정하자 바이러스가 있으면 사망위험이 1.67배 더 높았다.
또한 핑크 모델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요소로 인해 사망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위험요소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에 따라 환자를 저위험군, 중위험군, 고위험군 등 3가지 유형으로 새롭게 제시했다.
3년 생존을 기준으로 핑크 모델에서는 위험요소가 하나도 없는 저위험군의 생존율이 8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위험요소 1개를 가진 중위험군이 62%로 뒤를 이었다.
2개 이상 해당되는 고위험군은 25%에 불과해 큰 차이를 보였다. 핑크-E 모델에서도 위험요소가 많을수록 생존율이 낮아졌다.
김원석 교수는 "환자 생존율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가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해 치료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며 "추가 연구를 통해 환자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그 학문적 성과를 인정받아 국제 학술지 랜싯 온콜로지(Lancet Oncology, IF: 24.69)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