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났음에도 단 한 명의 사상자가 없었던 서울 세브란스병원. 141명의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과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 부분이다.
두 병원의 차이점은 '대응 매뉴얼'의 유무였다.
세브란스병원은 불이 났다는 걸 인지하는 즉시 신고가 이뤄졌고, 스프링클러가 정상작동했다. 방화벽도 내려와 불길과 연기를 차단했다. 병원에는 '코드 레드' 안내가 나와 환자 및 직원이 긴급 대피했다.
4일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화재 발생 대응 및 피난계획 수립 매뉴얼로 매년 전 직원 대상 교육을 하고 각 부서, 병동별로도 수시로 화재 대응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게시판 곳곳에도 '코드 레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행동요령, 각종 코드 상황일 때 안전 관리 지침 등이 붙어있었다.
메디칼타임즈는 세브란스병원의 화재발생대응 과 비난계획수립 매뉴얼을 보다 자세히 살펴봤다.
우선, 화재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은 주변에 화재 사실을 전파하고 안전관리파트 방재센터, 소방서 등에 신고해야 한다. 화재 신고를 받은 안전관리파트는 원내 방송망으로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화재 발생 경보를 전파해야 한다.
불이 나면 부서장(부재 시 선임 간호사, 설비관리파트 직원 순)이 현장지휘자가 된다.
평소 각 병동 및 조직은 화재 발생에 대비해 경보반, 소화반, 대피유도반 등으로 이뤄진 자위소방대를 구성해야 한다.
코드 레드가 뜨면 자위소방대 진압반은 소화기 등 소방시설로 소화활동을 해야 한다.
대피유도반은 각 층별로 편성돼 내원객, 경환자, 경증환자, 중환자 순으로 피난을 유도해야 한다. 보행이 불가능한 환자는 들것에 실어 대피시키고 들것이 부족하면 환자 시트를 이용하면 된다.
직원들은 근무 장소 주변 소화기 위치, 대피경로 2곳 이상을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화재 시 창문을 열어 유독가스가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병원 본관 건물, 심장혈관병원 건물에는 화재 시 배연창이 자동으로 열린다. 진화가 어려울 때는 미련을 버리고 즉시 대피해야 한다.
화재 시 전원을 차단한 후 병동에 설치된 비상조명등으로 대처하고 승강기는 절대 타면 안된다. 건물에 고립돼 대피가 불가능할 때는 유독성 연기를 막기 위해 젖은 수건 등으로 문틈을 막고 창문을 통해 갇혀 있음을 외부에 알려야 한다는 행동요령도 나와있다.
고위험군 중증 환자와 입원환자 대피계획도 병원별로 세분화해 피난 경로를 구체화하고 있었다. 환자 대피의 기본은 화재지점의 반대편으로 환자를 이동케 하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JCI 인증을 위해서는 환자안전 부분을 특히 철저히 해야 한다"며 "수년 동안 인증을 받으면서 훈련을 해온 결과가 이번에 빛을 발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화재 발생 직후 병원 곳곳에는 "화재는 신속하게 진화돼 안전한 상황이니 안심하고 병원을 이용해주길 바란다. 조속한 시일 내에 복구 및 이용객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붙여 내원객에게 후속 작업에 따른 불편함에 대한 양해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