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에 신약신청자의 부적절한 판매금지 신청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부적절한 판매금지에 대한 제재가 존재하는 캐나다와 호주 사례를 참고할 때 배상 주체를 신약신청자뿐 아니라 정부와 주, 지역을 포괄하는 적극적인 방안 역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27일 손경복 이화여자대학교 제약산업학과 특임 교수는 '제 외국의 허가특허연계제도와 한국에의 시사점'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제18.9조 제5항에 따라 2015년 3월 15일 도입됐다.
동 제도는 신약(오리지널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 자료에 의존한 의약품(후발의약품)의 품목허가 과정에 특허권 침해 여부를 고려함으로써, 특허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서술하고 있는 국제법 및 국제협정은 모호함을 가지고 있다는 점. 실제로 주요 국가의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협정문에 나타난 구조적 모호함으로 구체적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
의약품 특허목록을 운영하지 않은 미국이나 호주 사례도 있고, 허가신청사실 통지를 요구하지 않은 국가, 판매금지를 사법적인 절차로 운영하는 국가 혹은 준사법적인 절차로 운영하는 캐나다 사례도 있으며, 부당한 판매금지에 대한 손해배상을 판매금지 신청자에게 요구하는 캐나다, 호주 등 각 나라별 제도 운용은 다르게 나타난다.
이에 손경복 교수는 "캐나다와 호주는 부적절한 판매금지에 대한 제재가 존재한다"며 "즉, 캐나다와 호주는 부당한 판매금지 조치 신청에 대한 신약신청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법률에 명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캐나다는 부당한 판매금지 조치로 후발의약품 신청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신약신청자가 배상할 것을 명시했다'며 "유사하게 호주도 후발의약품 신청자에게 발생한 손해와 정부, 주, 지역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신약신청자가 배상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호주는 신약신청자가 손해배상을 해야 하는 주체를 후발의약품 신청자에서 나아가 정부, 주, 지역을 포함하여 넓게 제시할 정도로 후발주자의 권리 보호에 적극적이라는 것.
손경복 교수는 "허가특허연계제도의 근간이 되었던 Hatch-Waxman 법안은 오리지널 의약품 혁신과 후발의약품 시장 진입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후발의약품 시장 진입의 측면에서 신약신청자의 부적절한 판매금지 신청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명시적으로 서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만 제 외국의 사례에서 허가특허연계제도에 의한 후발의약품의 판매금지는 그 수가 많지 않았다"며 "한국의 경우도 2015년 3월부터 2017년 3월까지 26건의 판매금지 처분이 있었는데, 대부분(22건)이 판매금지 효력소멸로 판매금지 기간인 9개월을 채우지 못하고 종료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판매금지 기간도 효력소멸 없이 판매금지가 종료된 경우(4건) 평균 2.2개월, 도중에 종료된 경우 평균 1.4개월로 나타났다"며 "이론적으로 부당한 판매금지 신청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 도입은 논의할 가치가 있으나, 현 시점에서 제도 도입을 논의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제도의 모니터링 필요성도 나왔다.
손경복 교수는 "판매금지는 후발의약품의 시장진입을 늦추고 결과적으로 의약품 시장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선판매품목허가는 후발의약품의 시장진입을 촉진할 수 있으나, 부분적으로 후발의약품의 자유로운 시장경쟁을 제한할 수 있어 제도 운영현황에 대한 기초 분석과 모니터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동 제도가 국내 제약산업, 보건정책, 고용 증감 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고 국회에 보고하고 있다"며 "제도의 모니터링 측면이 강한 캐나다처럼 허가특허연계 제도가 정착된다면 한국도 영향평가를 갈음해 이와 같은 모니터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