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하나 치료 못하면서 무슨 의사냐. 의사 가운 입을 자격은 있냐 당장 나가라." "국민이 월급주고 있는데 돈 다 토해내라. 보건소(지소) 문 닫게 민원 넣고 신고할 테다."
전북에 근무하는 A공중보건의사(이하 공보의)가 보건지소에 내원한 환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A공보의는 왜 이같은 폭언을 들어야했을까.
60대 후반의 해당 환자는 축사를 손질하다 얼굴이 찢어져 보건지소를 내원했다. A공보의는 환부를 확인하고 상처가 깊다고 판단, 인근 병원으로 갈 것을 권했다. 그러자 욕설이 쏟아졌다.
A공보의는 해당 환자를 간신히 설득해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도록 했지만, 아직도 그 일을 떠올리면 손이 떨린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폭언이 단순히 한번 겪는 문제가 아니라 보건지소에서 공보의들이 만연하게 겪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이다.
A공보의는 "공보의 중에 폭언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며 “약처방을 안해주니 물건을 던지는 경우, 보건지소 내에서 고함을 지르는 등 공보의 사이에서는 자주 언급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폭언의 정도 차이는 있지만 공보의들은 언제든지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진료하는 상황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공보의들은 보건지소가 시골에 위치하다보니 더 폭언을 듣기 쉬운 구조라고 전했다.
실제로 또 다른 보건지소의 B공보의도 "보건지소가 시골에 위치하다보니 환자들과 나이 차이가 많고 환자들이 일부 억울하다고 느낀 상황에서 분노를 표출하기 쉬운 구조"라며 "하지만 공보의들은 지역 정서가 있다 보니 적극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미 공보의 시작할 때 현장 선배들에게 이런 일이 만연하다고 듣고 왔기 때문에 나 혼자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그냥 넘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폭언이 발생해도 공보의들이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폭언이 반복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게 B공보의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이하 대공협) 송명제 회장은 "공보의들이 폭언 등을 겪더라도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넘어가지만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전국 공보의 2000여명 중 1200여명이 보건지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송 회장은 "공보의들은 언제든지 폭언이 폭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진료를 하고 있다"며 "이것은 폭탄을 안고 진료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젊은 의사 폭언 경험 트라우마 생길 것..인식개선 동반돼야"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도 최근 의료인 폭행 이슈와 맞물려 공보의가 겪는 폭언문제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