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전공의에 대한 모호한 수련규정이 의료현장을 곪아 터지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여성 전공의 비중이 높은 전문과목에선 전공의 이슈가 뜨거운 감자다.
대한의학회는 30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임원아카데미 수련 세션을 통해 임신 전공의에 대한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이는 복지부 즉, 수련환경평가위원회의 결정이 필요한 사안이 만큼 문제점 지적에서 그쳤을 뿐 이렇다할 대안 제시는 못한채 끝났다.
이날 산부인과학회 최두석 수련위원장(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법에 근거해 임신 전공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40시간 근무와 더불어 당직근무에서 벗어난다. 이 때문에 전공의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산부인과 전공의 509명 중 461명(90.6%)이 여성인 상황. 특히 4년차 전공의 137명 중 123명(89.8%)이 여성으로 이들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무할 경우 진료현장에 차질이 발생한다는 게 그의 우려다.
그는 이어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전공의 감축정책으로 전공의 한명당 감당해야할 환자 수가 늘어난 상황에서 전공의법 시행으로 더욱 난감해졌다"며 "병원 진료에서 인력 공백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수련시간 부족으로 인한 추가수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법으로 정할 게 아니라 전공의 개인의 선택의 여지를 남겨둘 것을 제안했다.
전공의 개인에 따라 추가 수련을 택할 수도 있지만 임신여부와 달리 수련을 지속할 것을 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아과학회 윤신원 교육이사(중앙대병원)는 전공의 여성 비율(여성 전공의 43.9%)이 가장 높은 전문과목으로서 임신 전공의에 대한 모호한 수련 기준으로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내과나 외과처럼 부족한 인력을 입원전담의 제도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도 여성 전공의 비중이 높아 해당 인력을 찾을 수 없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윤 교육이사는 "여성 전공의 비율은 매년 높아지는 동시에 메이저과로 당직 인원을 확보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NICU, PICU 당직 근무에 애로점을 호소했다.
그는 이어 "여성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된 이후에도 육아에 따른 휴직, 이직이 잦고 야간 당직을 기피하고 약 80~90%가 개원하기 때문에 입원전담의 인력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과 3년제 단축으로 향후 3+2년제 도입을 검토하려고 해도 입원전담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첫번째 관문에서 걸려 수련기간 단축도 시기상조"라며 어려운 실정을 전했다.